세계 최초의 박물관은 1600년대 후반에 영국에서, 전문성을 띤 박물관은 180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2’의 배경이 돼 더 유명해진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1846년에 설립됐다.
과학관이 박물관에서 분리된 것은 1851년 런던에서 열린 ‘대 박람회’ 이후다. 자연사 전시물과 과학적 산업기기로 분리 전시했다. 그 후 과학관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설립 붐이 일어 오늘날까지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국에는 약 200개의 과학관이 있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도 나라마다 500~1000개의 과학관이 운영된다. 웬만한 규모가 있는 과학관은 직원 수만 수백명이고, 운영 예산은 상상 이상이다.
선진국들이 돈이 많이 드는 과학관을 수백개나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역할보다는 국민들에게 자국의 첨단 과학기술 현주소를 알려줘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과학관은 국가 미래가 밝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준다. ‘과학의 대중화’를 정치 구호처럼 외치는 것보다 하나의 과학관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관은 어떨까. 제대로 된 과학관은 그나마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과 국립과천과학관 단 두 곳뿐이다. 과학관을 찾는 고객도 90%가 유아와 초등학생이다.
과학관의 역할이 청소년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일로 스스로 제한한 까닭이다. 전시물 숫자나 운영예산을 따져보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온 우리나라지만, 열악하기 그지없다.
최근 대구와 광주에 건립 중인 국립과학관 사업이 삐걱대고 있다. 운영비 문제를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공(?)을 서로 넘기고 있다.
정부는 과학관 건립 후 매년 150억원이 드는 운영비 가운데 40%를 지방정부가 부담할 것을, 지자체는 운영비 90% 이상을 기존 국립과학관처럼 정부에서 보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도 타협점을 못 찾고 있다.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적 역할에 대해 원론을 고수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한 교육과학기술부가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해 지자체 주장을 거들고 있지만 소득이 없다.
대구과학관은 내년부터 당장 82여억원의 운영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23억원의 예산만 배정했다. 턱없이 모자른다. 1000억원이나 투입해 건립한 국립과학관이 자칫 제대로 된 전시물 없이 건물만 덩그러니 서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과학관의 법인화를 통해 자립화라도 기대하는 모양이다. 지자체도 예산 배정만 요구할 뿐 사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 자신들이 나서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밝히지 못한다. 과학 대중화라는 본래의 취지는 어디로 갔는지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되새겨볼 때다.
정재훈 전국취재팀 부장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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