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사했을 때의 일이다.
이사를 마치고 전기·가스·상수도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 명의변경을 하면서 아내에게 그린카드를 꺼내줬다. 그리고 자신있게 “그린카드로 에너지 비용을 결제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면 에코머니를 모을 수 있으니 꼭 그린카드를 사용하자”고 말했다.
며칠 지나서 돌아온 대답은 “가스요금은 그린카드뿐 아니라 아예 카드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에코머니를 모으기 위해서는 카드결제가 가능한 전기·상수도 요금도 에코마일리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매번 기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며칠 후 대형마트에 갔을 때 역시 그린카드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약 15만원어치, 40여가지 제품을 구매하면서 기왕이면 에코머니를 제공하는 제품으로 골라 보려고 노력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더 심각한 것은 두 시간 가량 쇼핑을 하면서도 에코머니를 제공하는 제품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5만여종의 제품 중 500여개(1%) 에코머니 제공 제품을 찾아 그린카드로 결제해야 에코머니로 적립할 수 있다.
또 전기·가스·상수도 이용요금 절약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탄소마일리지 혜택도 그린카드와 연계됐다고는 하지만, 전산시스템 구축 미비로 소비자가 수작업으로 이용요금을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출시 5개월 만에 50만장 발급이라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그린카드가 반짝 히트상품이 아니라 활용도가 높은 스테디셀러가 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코머니를 제공하는 제품 수 확대와 그린카드 결제 시 자동으로 에코머니를 적립할 수 있는 결제시스템(POS시스템) 보급 등 인프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네 골목에 있는 편의점에서 과자를 한 봉지 살 때도 에코머니를 모을 수 있어야 그린카드로 녹색생활 실천에 동참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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