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품소재 사업군 소속 신임 사장단 인사는 각별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요체는 그룹 차원에서 앞으로도 가장 큰 역점을 둘 사업군이라는 점에서 얼마 전 LG그룹 인사와 궤를 같이한다. 장원기 중국본사 사장과 박종우 제일모직 사장,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박상진 삼성SDI 사장 4명이 관심의 대상이다.
장 사장이 중국 본사 사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의 관례상 보좌역으로 물러났다 관계사 사장으로 다시 복귀한 적은 드물다.
하지만 지난 7월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직에서 보좌역으로 물러날 당시 장 사장이 또 다른 ‘특명’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 LCD 사업 초기 대면적 라인 구축을 성공적으로 이끈 데다, 한때 세계 TV 시장 선두였던 소니와 S-LCD 합작을 성사시켰다. 이재용 사장을 경영 일선에 나설수 있도록 두드러지게 역할을 했던 것이다. 장 사장은 중국 본사 대표로 삼성전자가 쑤저우 사업장에 구축중인 대면적 LCD 라인과 새롭게 추진 중인 반도체 팹 합작 투자를 성공시킬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 사령탑으로 옮긴 박종우 사장은 삼성의 숙원인 소재 사업을 세계 일류로 도약시켜야 하는 임무를 받았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세트, 삼성전기의 부품 사업을 두루 거치며 경쟁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전자 관련 거대 ‘캡티브 마켓’을 보유하고도 유독 소재 사업은 LG에 뒤처졌던 삼성으로선 박 사장을 통해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치준 신임 삼성전기 사장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인사다. 최 사장은 삼성전기에서 한때 퇴사한뒤 재입사한 경력의 부사장을 내부 승진을 통해 발탁됐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의 아성이었던 일본 무라타를 제친 일등 공신으로 개인적 역량을 인정받은 점이 크다. 그러나 내부 승진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삼성전기가 그룹 신임을 얻는 주력 계열사로 성장했다는 평가로 보인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유임이 유력시됐다. 무엇보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추구하는 신사업의 대표 주자로서 단기 실적에 구애받지 않는 중책을 맡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적 악화는 올 상반기 삼성전자로부터 태양광 사업을 넘겨받은 영향이 크다. 따라서 삼성SDI는 앞으로도 수년간은 삼성전자의 그늘에서 분리된, 사실상 ‘독립’ 에너지 계열사로 성장시킨다는 게 그룹의 의중으로 풀이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