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청자의 몫

 한국 시청자는 너그럽다. 무료·보편적 서비스 지상파 방송을 유료·배타적 서비스로 묵묵하게 봐 왔다. 처음에는 안테나에서 지상파 방송을 잡기가 힘드니까 3000원씩 내고 유선 방송을 봤다. 안테나 수신감도가 떨어져도 그러려니 넘어갔다. 어느 날부터는 유선방송을 보려면 채널 몇 개 더 끼워서 수신료를 두 배 넘게 내야 한다고 했다. 새로 생긴 채널이 지상파 방송 재방송으로 채워지든 볼 게 있든 없든 두 배를 내고 TV를 봤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라 방송도 디지털로 봐야 한다고 한다. 디지털 방송 안테나를 사서 쓰라고 하는데 TV를 살펴봐도 안테나를 어디에 끼워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디지털케이블이나 IPTV, 위성방송을 신청하려고 봤더니 또 두 배를 더 내라고 한다. 2013년부터는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다고 하는데 뭐가 달라지는지도 모르겠고 이번에도 방송 보는 값이 비싸지는건가 싶다.

 무료·보편적 서비스에서 무료는 어디 있고 보편성은 어디에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무료는 지상파 방송사가 가져다 쓰는 주파수에나 적용되고 보편성은 돈만 내면 볼 수 있다는 데서만 찾을 수 있는 건가.

 이 상황은 정부, 방송사업자, TV제조사의 합작품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난시청 해소를 게을리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공시청 안테나 연결선을 훼손하거나 불법적으로 일괄 계약을 맺어 유료방송에 강제로 가입시켰다. TV제조사는 TV를 팔면서도 안테나는 제공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금까지 이 상황을 묵인해왔다.

 그러다가 사단이 났다. 지상파 방송사가 자사 콘텐츠를 이용, 케이블TV가 돈을 벌어간다고 소송을 내고 재송신 대가를 요구했다. TV수신료를 걷는 KBS까지 여기 동참했다. 케이블TV는 지상파가 제작한 콘텐츠를 무단으로 쓰면서 수신료를 받아 수익을 올려놓고도 난시청 해소를 했으니 오히려 받을 게 있다고 한다.

 시청자는 영문을 모르겠다. 20년 넘게 ‘무료·보편적 서비스’를 보려고 돈을 내 왔는데 돈을 걷어간 쪽에서는 받을 게 있다고만 한다. 정말로 자기 몫을 주장해야 하는 쪽은 안 내도 될 돈을 내고 무료·보편적 서비스를 봐 온 시청자들 아닐까.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