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 특허 전쟁 초기에 승승장구한 애플이 최근 밀리기 시작했다. 지난주만 해도 호주와 독일에서 각각 삼성전자, 모토로라에 잇따라 졌다. 호주법원은 지난 9일 애플이 낸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같은 날 독일법원은 애플이 3세대(G)를 지원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모델이 모토로라모빌리티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냈다. 애플은 지난 2일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도 삼성전자에 졌다. 물론 애플이 일방적으로 당한 것만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프랑스에서 낸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됐다.
나라마다 사안도 판결도 다르나 두드러진 현상은 있다. 경쟁사 제품의 판매 금지 소송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점이다. 특허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해도 경쟁사 제품 판매까지 막으려는 것은 지나치다는 시각이다. 법원뿐만 아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분쟁을 두고 지나친 특허권 주장으로 경쟁을 왜곡한다며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들어갔다. 이 결과에 따라 두 회사 모두 막대한 과징금을 물 수 있다.
판매금지 소송을 남발한 애플에겐 썩 좋지 않은 흐름이다. 삼성전자도 이탈리아 등지에서 이런 소송을 냈지만 공격보다는 방어 성격이 짙다. 업계는 판매 금지소송에 대한 각국의 부정적 시각으로 인해 애플발 특허전쟁이 내년부터 한풀 꺾일 것으로 본다. 내년 상반기 본안 소송에 임박해 합의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판매금지 소송은 공격자나 방어자나 모두 피해를 준다. 애플만 해도 지나친 남발로 인해 좋은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지 않은가. 이젠 소모적인 싸움을 자제하고 서로 대화에 나설 때다. 치열하게 싸워도 주무대는 시장이어야지 법정이어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