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286)XXX 도메인의 실패

<장길수의 IT인사이드>(286)XXX 도메인의 실패

XXX 도메인이 기업들이나 기관들에게 의도치 않은 도메인 운용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 기업들과 공공 기관들이 ‘방어 등록(Defensive Registrations)’ 차원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XXX 도메인을 획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방어 등록’이란 필요하지 않은 도메인인데도 다른 사업자들 악의적으로 도메인을 먼저 확보해 인터넷 사업을 하는 걸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도메인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구글이 `Youtube.xxx` 도메인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은 포르노 관련 동영상 사업을 하려고 이 도메인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업자들이나 포르노 사업자들이 이 도메인을 먼저 확보해 구글을 곤경에 처하게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 도메인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려는 사업자도 XXX 도메인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IT매체인 매셔블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XXX 도메인 정책의 ‘명백한 실패’라고 평가했다. 인터넷 도메인 관리기관인 ICANN이 의도한 바와는 다른 방향으로 XXX 도메인이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포르노 사이트들은 XXX 도메인을 일종의 검열 행위로 인식해 XXX 도메인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XXX 도메인보다는 일반적인 도메인을 선호한다는 것. 사용자들이 이것 저것 웹 서핑하다가 방문하는 것을 포르노 사업자들은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AP 보도에 따르면 8만개의 XXX 도메인이 프리세일 기간 동안 판매됐으며, 나이키, 펩시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XXX 도메인 구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교육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미 캔자스 대학은 포르노 사업자들이 학교명을 연상시키는 도메인으로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3000달러의 비용을 들여 XXX 도메인을 구입했다.

 ‘방어 등록’ 덕분에 XXX 도메인의 가격만 올라갔다. 인터넷 도메인 사업자인 `고대디닷컴(Go Daddy)`은 XXX 도메인 등록 비용으로 연 99달러라는 높은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고대디닷컴은 XXX 도메인의 프로모션을 위해 자사 홈페이지에 ‘당신의 브랜드와 명성을 지켜라’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이 같은 메시지는 XXX 도메인의 명백한 실패를 웅변하고 있다.

 인터넷 도메인 사업을 하고 있는 가비아의 김홍국 대표는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인터넷 도메인 사업이 사용자의 필요성 보다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욕구에 의해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며 대표적으로 XXX 도메인을 언급했다. 일반 기업들이나 기관들이 XXX 도메인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다른 사업자들이나 포르노 사업자들이 이 도메인을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방어 등록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XXX 도메인이 결국은 인터넷 도메인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