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사]성과있는 곳 승진 원칙 뚜렷..후속 조직 개편 관심

 삼성전자가 올해도 ‘성과있는 곳에 승진있다’는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13일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경영성과와 실적에 철저히 상응하는 발탁 승진과 성별·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인재를 대거 중용했다. 삼성으로서는 내년 글로벌 재정위기 등 어려운 여건을 실력으로 돌파해나갈 검증된 임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는 곧 단행될 전사 조직개편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될 전망이다.

 ◇수치로 확인된 성과주의 인사=이건희 삼성 회장이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하게 만든다’고 밝힌 것처럼 삼성전자 ‘성과주의 인사’는 몇 가지 수치에서 확인된다.

 애플을 누르고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한 휴대폰 부문에서 부사장 3명을 포함해 가장 많은 34명 승진자가 배출됐다.

 직무별로 살펴봐도 혁신기술 및 제품 발굴에 기여한 연구개발 부문과 직접 매출 확대를 현장에서 챙긴 영업 마케팅 부문 승진 폭이 두드러졌다. 부사장 승진자 18명 중 연구개발 분야 부사장 승진자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글로벌 영업 현장을 누비며 공을 세운 영업·마케팅 분야 5명 부사장 승진자도 주목할 만하다.

 근무 연한과 상관없이 능력으로 발탁된 발탁 인사도 전체 승진자 중 12.4%에 달했다.

 ◇인사 전통 유지 속 파격=여성 임원과 고졸 출신 승진자가 다수 포함된 것도 성과주의 인사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삼성전자 첫 여성 부사장 영예를 안은 심수옥 부사장은 2006년 입사 이후 3년 간 브랜드전략팀과 VD사업부 마케팅을 지휘하며 삼성 TV 세계 1위 이미지를 확고히 굳힌 공을 인정받았다.

 이건희 회장이 여성 임원의 중요성을 최근 강조하면서 그룹 전체 차원에서도 대졸 공채 출신으로 최초로 여성 상무 승진자를 3명이나 배출, 공채 출신 여성 임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삼성전자 입사 당시 고졸이었던 고졸 출신 임원 약진도 눈에 띈다. 고졸 제조직으로 입사해 ‘자랑스런 삼성인상 2회 수상’에 이르기까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김주년 상무 승진자를 포함해 지난해 2명에 그쳤던 고졸 출신 신규 승진자가 6명으로 세 배 늘었다.

 전사 차원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해 소프트웨어 직군 임원 승진도 24명에 달했다.

 이중 부사장 승진자인 조승환 무선사업부 선행개발팀장은 무선단말 SW 개발 전문가다.

 또한 기술 특허 대응이 지속적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해외 변호사 출신 특허출원, 라이선싱 전문가인 지재완 IP센터 라이센싱 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눈여겨볼 인사다.

 ◇후속 조직 개편에 관심=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 이어 곧 전사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조직개편 큰 방향성 역시 내년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전열 재정비다.

 권오현 디바이스솔루션(DS)사업총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최지성 대표와 투톱 체제를 이루면서 셋트와 부품 각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한 후속 조치가 불가피하다.

 특히 삼성전자가 삼성LED를 흡수합병할 경우 조직 내 위치와 지속적으로 가능성이 제기돼온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합병을 염두에 둔 조직 변화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 가능성도 높다. 삼성 내부에서는 얼마전 신설된 ‘S(소프트웨어)직군’을 통합 조직에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최지성 부회장이 이끄는 무선사업부, IT솔루션사업부, VD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 등에서는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무선사업부와 VD사업부 조직이 전략 제품군을 중심으로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