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임원인사 키워드는...실적 · 신상필벌 · 여성 · 발탁

 올해 삼성그룹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미래 성장동력 마련에 있다.

 13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에서는 분야별 대규모 발탁 인사가 이뤄져 능력 위주의 등용이 이뤄진 것이 눈길을 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했던 ‘여성 인재 중용’ 원칙이 반영된 것과 영업직과 연구개발 분야에서 승진자가 다수 배출된 것도 특징이다.

 ◇최고 경영자 후보군 확대=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직접 후보군으로 꼽히는 부사장 승진자가 48명, 전무 승진자도 127명에 달한다. 상무로 그룹 첫 임원이 된 사람만도 326명으로 역시 사상최대다.

 전무, 부사장 등 고위임원에서만 175명을 승진시켰다. 미래 삼성 경영을 이끌어 나갈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는 게 그룹측 설명이다. 사업별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뜻도 반영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주력사업 성과를 반영해 대규모 승진자가 나왔다”며 “삼성의 미래성장을 주도해 나갈 차세대 유망사업 분야 인적투자 강화 의지도 인사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영업직 승진 확대, 연구개발도 대거 발탁=연구개발(R&D) 인력의 대거 승진과 함께 영업마케팅 인력의 임원 승진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신임임원 중 연구개발 인력은 지난해(100명)에 이어 89명이 승진했고, 신임임원 중 영업마케팅 인력은 92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삼성은 갈수록 격화되는 기업 간, 기술 간 경쟁 속에서 압도적 기술우위를 통한 시장 선점을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올해 89명 승진자에 포함시켰다.

 ◇삼성전자 첫 여성 부사장·조기 승진도 다수= 심수옥 전무는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 됐다. P&G 출신 마케팅 전문가인 그는 선진 마케팅 프로세스 도입으로 브랜드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신규 상무 승진 여성 임원도 8명이 나와 이 회장이 강조하던 여성인력 중용 원칙도 반영했다.

 삼성전자 김기선 부장과 송효정 부장, 이선영 부장, 삼성SDS 홍혜진 부장, 삼성증권 박경희 부장, 제일모직 김지영 부장, 김정미 부장, 제일기획 오혜원 부장이 신규 임원으로 승진했다.

 지난 7일 오너 3세의 사장단 승진은 없었지만 이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조기 승진한 발탁 인사 대상자도 77명이 나왔다. 부사장으로 발탁된 인사가 30명, 전무 14명, 신임 상무 33명이다. 삼성전자 윤장현 부장은 부장 3년 만에 상무로 발탁됐다. 미국 조지아텍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그는 리눅스에 기반한 삼성전자 고유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SLP 개발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이에 기반한 휴대폰 개발에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졸 출신 삼성전자 김주년 부장이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끊임없는 탐구열로 신기술 및 신기능을 적용한 차별화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들도 승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전무로 승진한 삼성전자 하상록 상무, 삼성SDI 오요안 상무, 상무로 승진한 삼성전기 이태곤 수석 등이 그 주인공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