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그래핀 기술 확보 전쟁, 한국인재 영입 시도도 잇달아

파격적 제안에도 "한국서 연구하고싶다" 포기

 그래핀 응용기술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는 국내 A 교수와 B 교수는 최근 국립 싱가포르대학으로부터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다. 정교수와 정년보장은 물론이고 전폭적인 연구지원을 약속했다. 아시아 최고 대학 싱가포르대학은 최근 그래핀 응용 기술을 연구하는 그래핀연구센터를 설립했다. A 교수와 B 교수는 한국에서 그래핀 상용화의 결실을 얻고 싶다는 생각에 싱가포르행을 포기했다. A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제시한) 조건이 너무 좋아 고민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싱가포르대학은 이들 외에 세계 그래핀 석학들을 스카우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둘은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그래핀 분야 석학들이다.

 

 13일 관련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EU·영국·일본·싱가포르 등은 최근 앞다퉈 그래핀 상용화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영국과 싱가포르 등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그래핀 응용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한국 인재 영입까지 시도 중이다.

 그래핀은 흑연 표면층을 한 겹만 떼어낸 탄소나노물질이다. 강철보다 100배 이상 강하고 열전도가 다이아몬드보다 두 배 높다. 전하이동도는 반도체 소재 실리콘보다 100배 우수해 꿈의 신소재로 주목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와 달리 양산성이 뛰어나 세계 과학기술계가 그래핀 대전을 벌이고 있다.

 EU 경제위원회는 10년간 10억유로를 투자하는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래핀 프로젝트를 위해 17개국 60개 기관이 모였다.

 영국정부는 이와 별도로 5000만파운드(900억원)를 투자해 그래핀 추출 기술과 상용화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맨체스터대학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이 프로젝트는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를 잇는 허브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는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 정부 조직은 물론이고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IBM, 인텔, MIT 등이 그래핀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도 상용화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은 학계와 연구계를 중심으로 상용화 근접 기술을 쏟아내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스플레이나 에너지, 반도체 관련 기술에 그래핀을 접목함으로써 기존 제품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놓고 있다. 태양전지 수명을 늘리는 기술, 전자회로 합성기술, 저장시간을 1만배 늘린 반도체 소자 등이 최근 한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기술들이다. 바로 이들 기술을 개발한 국내 연구진들이 세계 그래핀 업계의 스카우트 대상으로 부상했다.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은 올해 대규모 R&D 자금을 투입하는 미래산업선도기술 그래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 세계 각국이 한국을 본떠 너도나도 그래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가장 앞선 우리나라는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략기획단은 내년 재도전을 목표로 최근 수요조사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핀 상용화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세계적으로 그래핀 전쟁이 시작됐다”며 “세계가 한국의 응용기술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