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태양광산업은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에 돌입했다. 연초 와트(W)당 1.7달러였던 모듈 가격이 1달러 이하로 하락했으며, ㎏당 68달러에 거래되던 폴리실리콘도 최근 30달러 이하로 낮아졌다. 이러한 가격 파괴는 태양광 전기가 기존 화석연료 발전 대비 경쟁력을 갖는 그리드패리티를 앞당기는 결과를 빚는다. 하지만 이 산업에 참여한 기업들에는 생사를 다투는 냉혹한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태양광 시장 특징은 첫째 가격의 급속한 하락과 이로 인한 캘리포니아와 이탈리아 등의 소비자 가격 그리드패리티 도달이며, 둘째는 미국·일본·중국·인도 등의 빠른 성장과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 개도국으로의 시장 확산에 따른 다변화다.
셋째는 기존 유럽·일본의 주택용 시장 중심에서 미국·중국·인도 등의 대용량 발전소 건설 시장으로 비중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프그리드(Off-Gri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BIPV) 시장의 성장 속도도 빠르다.
넷째 인수합병(M&A)과 합종연횡이 활발해졌다. 선파워가 프랑스 토탈에 인수 됐으며, 샤프가 파나소닉에, 솔라프론티어는 쇼와셀에 인수됐다. 이는 기존 에너지기업의 태양광에너지 산업 진출과 기술 선두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의미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국내외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이 계속되고 있다.
다섯째 그간 누렸던 판매자 우위 시장에서의 이익률이 감소하고, 선두기업들까지 적자 대열에 합류해 도태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미국 솔린드라의 폐업 사례에서 볼 수 있으며, 중국 주요기업들도 적자를 면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태양광산업 매출이 6조5000억원을, 수출만 4조를 넘었다. 상시 고용 역시 1만명이 넘는 등 녹색산업 중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산업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물론 기업들도 재미를 본 한 해였다.
그러나 세계 경제위기로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 7년간 태양광 가격의 하락은 수요 증가로 연결돼 왔지만, 이번에는 지난 2008년 리먼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인한 수요 위축과 마찬가지로 태양광산업의 혹독한 시련을 몰고 왔다. 특히 우리의 주요 시장이었던 유럽의 금융위기는 우리 태양광 산업에는 직격탄이 됐다. 아직 시장 다변화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취약한 내수시장이 시급히 강화돼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사실 해외시장이 불확실할 때일수록 내수시장을 만들어 국내기업을 보호하는 일은 모든 산업에 적용가능하며, 특히 에너지산업이자 전략산업인 태양광 사업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시장이 중심인 우리나라에서 국산품이 우선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당위는 어려울 때 일수록 강조돼야 한다. 에너지관리공단 외부구매에서 국산품 적용이 80%에 달하는 점은 주목해야 할 부문이다. 그러나 한전자회사 등 의무사업자의 자체 조달 물량에 얼마만큼 국산품이 적용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는 역으로 국산품 적용이 오히려 적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은 아닌지 관계당국은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전제로 RPS에서 태양광시장을 최대한 늘려주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민간발전사의 경우 5개사가 공급하는 전기의 총량은 우리나라 전기의 5%에 지나지 않는다. 각 회사당 1%의 전기 공급에 해당되며, 2012년 1%의 2%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민간회사의 경우 선택 가능한 에너지원이 사실상 태양광 외에는 없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태양광발전을 통해 의무량을 채울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일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의 최대가중치가 2.0이라면 이를 적용해서라도 태양광의 일반 REC 전환이 가능하도록 해주기를 희망한다. 현실적으로 앞으로 2~3년 내에 의무발전량을 채울 방법이 없는 민간발전사업자들에게 활로를 만들어 주고, 한전자회사들에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남겨두면 될 일이다.
또 하나 강조해야 할 부문은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수주를 위한 공공부문 역할 강화다. 지금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이 개발도상국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사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태양광산업 수출에 유기적으로 기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직까지는 그 규모가 작고, 단발성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해외수출지원 예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예산의 경우 실제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에 필요한 예산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일정수준 프로젝트 개발이 이뤄진 다음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일 뿐이다. 아직 불확실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발전소 시장이 대규모 발전소 건설로 이어지고 있으며, 대규모 생산용량을 갖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태양광 기업에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항이다. 자신의 모듈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소비처를 확보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발전소 건설과 유지관리 등 매출 관리, 수지관리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 발전소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와 지방정부의 협조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규모 발전이 필요한 지역이 어디인지, 송배전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인허가와 관련해 그 나라나 해당 지방정부의 긴밀한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정치적 리스크뿐 아니라 투자 규모도 커서 우리나라의 경우 소수의 거대 기업 외에는 파이낸싱이 불가능하며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핸들링이 불가능하다.
또 하나 지적할 것으로 선진국의 경우 발전소 건설이 비교적 투명한 규정과 절차가 마련돼 있어 민간회사의 역량 여하에 따라 수주 여부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다르다는 점이다. 최근 개발도상국의 태양광발전소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이들 지역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중해 연안 국가와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의 경우, 태양에너지 잠재량이 좋고 전기 수요가 많아 태양에너지가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기술과 자본이 없어 설치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 개발도상국가도 마찬가지다. 이들 나라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공공부문의 선 투자를 통해 형성해 주고, 그 공간에서 우리 민간회사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한 공공과 민간의 협력 사례는 가까운 일본이 보여 주고 있다. 공공과 민간이 다함께 손잡고 해외 수출에 나서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성호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leesungho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