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새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감시 수준을 높인다. 인터넷 포털 같은 플랫폼 사업자와 기업용 서버·소프트웨어 독과점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주의 깊게 살피기로 했다. ICT 소비자 보호에도 신경을 쓴다. 청년을 위한 온라인 게임 표준약관처럼 계층별 필요에 맞춘 보호책을 마련한다. 민원이 잦은 인터넷 쇼핑몰 정보를 공개하고, 휴대폰 소액결제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당행위도 바로잡기로 했다.
환영할 일이다. 공정경쟁 환경과 소비자 편익을 훼손한 행위의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다. ICT 상업 활동 제반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짚었다. 시장을 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걱정스러운 게 있다. 같은 행위를 두고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시·조사·규제가 중복될까 염려된다. ICT 전문규제기관인 방통위도 소비자 편익을 저해한 사업자의 책임을 물어야 하니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통신 요금제와 번호이동성제도 등을 두고 두 기관 규제가 겹친 사례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두 기관은 지난 2008년 양해각서를 주고받아 같은 행위를 두고 제재하기 전에 처리 주체를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이젠 소 닭 보듯 한다. 방통위가 솜방망이 처벌을 거듭해 공정위가 통신 분야로 월경하는 구실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공정위가 ‘방통위보다 무거운 제재’를 고수하는 구실로 쓰일 수도 있다. 결국엔 두 기관의 경쟁적 규제를 부르게 마련이다. 이런 상태라면 사업자만 피곤해질 게 뻔하다.
사업자의 ‘규제 쇼핑’에 따른 시장 훼손현상도 우려된다. 공정위와 방통위가 사업자 입맛에 맞는 제재를 내놓고 선택을 기다리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규제기관·시장·소비자 모두의 불행이다. 제대로 조율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