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데이터 폭증의 가장 큰 원인은 급속한 스마트폰 보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데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아이폰3GS가 처음 도입되던 2009년 11월 스마트폰 사용자가 채 30만 명에 불과했지만 2년이 조금 지난 지금은 2,000만 명을 훌쩍 넘은 상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수직으로 상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한 데이터 폭증은 과장이 아닌 현실이다. 실제로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세계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음성 사용량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2년 동안 데이터 사용량이 해마다 280%씩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 폭증은 어느 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유럽, 북미, 일본 등은 데이터 폭증을 유발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대신할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데이터 무제한과 망 중립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것이 이동통신사 데이터 트래픽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5일 열린 `망 중립성 정책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콘텐츠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에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분담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우리나라의 망 부하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 상위 10%가 전체 데이터의 90%를 이용
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국내 네트워크 상황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직접 이동통신사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SK텔레콤 네트워크 전략본부 네트워크 전략팀 관계자는 "현재 SK텔레콤을 기준으로 월 1만 테라(TB)의 데이터가 처리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전체 처리 용량의 90∼95% 이상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며 "작년 12월 기준으로 월 2,000TB 처리가 가능한 수준이었고 이를 매월 1,000TB씩 높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정도 데이터가 증가하리라는 것은 이동통신사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때문에 SK텔레콤은 주파수를 새로 할당받아 FA(Frequency Assignment) 6섹터 솔루션을 적용했고 미니 기지국인 펨토셀, 클라우드 이동통신망 W-SCAN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와이파이나 와이브로도 적극적으로 이용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SKT 관계자는 "최대 고비는 클라우드 기반 미디어 공유 서비스인 아이슛(iShoot)이라는 앱이 유행했을 때로 당시 기준으로 일 평균 25TB를 차지해 전체 트래픽의 21%를 차지했었다"며 "2월 25일 해당 앱이 유료화 되면서 트래픽은 안정화를 찾았지만 5∼6월부터 급속한 증가세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올해 5∼6월은 삼성전자 갤럭시SⅡ를 필두로 듀얼코어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이루어진 시기다. 듀얼코어 스마트폰을 통해 동영상 스트리밍이나 네트워크 게임을 즐긴 사용자가 꾸준히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현재 SK텔레콤의 데이터 트래픽은 11월 W-SCAN이 구축된 이후 큰 개선을 이뤘다. SKT 홍보실에 따르면 데이터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W-SCAN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큰 발전을 이뤘다고.
SKT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1% 사용자가 전체 트래픽의 30∼40%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10% 사용자가 80∼90%를 쓴다. 하루에 1GB 이상 쓰는 사람은 전체 사용자의 0.08%에 불과한 2만여 명에 불과하다. 이는 일반 사용자 평균의 200배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전했다.
■ 이통망 늘린 것 이상으로 데이터량 늘어난다
일부 헤비 유저로 인한 전체 데이터 폭증도 문제지만 모바일웹 자체의 덩치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SKT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포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모바일웹 초기에는 약 150KB 수준이었던 것이 4월에는 약 240KB, 현재는 약 400KB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모바일웹 포털사이트들은 다양한 개편을 거쳐 그래픽은 물론 광고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사용자들의 데이터 사용 패턴이 어느 정도 일정해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분당 SKT 망관리센터에서 직접 일일 데이터 사용량을 살펴본 결과 새벽 5시 30분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다가 밤 9시부터 급격한 상승률을 기록해 10∼11시에 최고점을 찍었다.
이에 대해 SKT 관계자는 "출근중에는 SNS나 웹서핑을 주로 이용하다가 퇴근 이후 가장 자유로운 시간에 동영상 스트리밍이나 네트워크 게임 등을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음성과 달리 데이터는 트래픽이 언제 어떤 지역에서 급격하게 상승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분당 SKT 망관리센터에서 음성, 문자, 데이터 사용량을 살펴보니 음성과 문자는 하루동안 큰 변화 없이 안정된 상태다. 이에 반해 데이터는 국소와 시간에 따라 트래픽 폭증이 수시로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다가 저녁에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린다.
이런 상황은 이동통신망을 늘려도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망 확대 속도를 데이터 사용량이 앞질러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 망 중립성·공정사용정책 `함께 이야기 합시다`
SKT 관계자는 "고객이 지불하는 통신료의 상당부분이 이동통신망 확대에 투자되고 있어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QoS 정책을 펴지 않을 수 있었지만 워낙 빠르게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어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데이터 무제한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조만간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데이터 무제한을 보완하고 일부 헤비 유저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동통신망 품질보장(QoS, Quality of Service)을 통해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공정사용 정책(Fair Use Policy)을 전면에 내세운 것.
SKT 관계자는 "데이터 무제한을 없앤다고 해서 이동통신사 수익이 늘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산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콘텐츠 사업자는 물론 모든 이해관계자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이버즈 기자 shulee@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