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부회장 "내년 스마트폰 1천400만대 팔것"

최근 회사의 워크아웃 졸업의 기로에서 불과 며칠 사이에 사퇴와 경영복귀라는 드라마틱한 상황을 겪은 박병엽 팬택 부회장을 19일 만났다. 정식 인터뷰 대신 간단한 티타임을 하기로 했으나 1시간30분여 간 계속됐다.

커피를 앞에 두고 박 부회장은 먼저 기자에게 "소란을 피워 (기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일각에서 이번 사퇴 발표를 두고 `(팬택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언론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그걸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그때는 정말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순수하고 절박한 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귀할 때는 누가 찾아오고 하는 과정이 있어야 `폼`이 나는 게 아니냐는 물음도 있었다"며 "하지만 정치인도 아니고 이 정도까지 채권단과 언론이 도와주면 그저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경영 복귀를 직접 공식화했다.

그는 최근 워크아웃 졸업의 필수 과정인 비협약 채권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출장길에서 귀국해 그 길로 대전에 있는 신협을 찾아가는가 하면 이번에는 새마을금고를 설득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들 채권단을 설득하는 무기는 결국 팬택의 실적이다. 이자보상배율(ICR)이 1.5만 돼도 이들 채권을 다 갚을 수 있는데, 팬택의 지난해·올해 이자보상배율은 4~5에 달해 채권을 충분히 갚을 수 있다는 것이 박 부회장의 설명이다.

ICR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1보다 크면 영업이익이 금융비용보다 크다는 뜻이다.

팬택은 그동안 스마트폰만 따졌을 때 국내 2위 업체로 평가될 만큼 워크아웃 중에 내실을 다져왔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스마트폰을 98만대 팔았고, 올해 630만대, 내년 1천40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국내에 왔을 때 이 이야기를 하니까 깜짝 놀라더라"며 "그래서 우리 팬택을 중시하라고 요구했더니 알았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실적을 바탕으로 워크아웃 졸업이 가시화되면서 세간의 관심사가 현재 전문경영인 신분인 박 부회장이 오너십을 되찾게 되느냐로 쏠렸다.

그 가능성을 묻자 "일단 내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되물으며 "경영권을 위해서는 채권단 전체 지분 48%가 아니라 25~30%만 있으면 되는데, 그 정도를 확보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답했다.

일단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한 5년 힘들여 일해 주식 가치를 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은 지분을 현금화할 것이고 박 부회장은 그걸 사들일 계획이다.

한편, 경영 복귀가 공식화되면서 사퇴 당시 근무 기간이 부족해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됐던 스톡옵션도 다시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스톡옵션은 내년 3월까지 박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부여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스톡옵션 가격이 높아서 이를 행사하려면 주식 가치를 많이 올려놔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나 뿐 아니라 채권단이나 주주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부회장에게 주어진 스톡옵션의 가격은 주당 600원 수준인데, 현재 팬택 주식의 평가액은 400원 안팎이다.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주당 가치가 800원 정도는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박 부회장은 나중에 여건이 되면 경영권을 위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