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한 회의실에서 ‘대한제국 애국가’가 참석자 전원이 기립한 가운데 엄숙히 연주됐다. 이 노래는 정부가 발굴한, 저작권이 만료돼 공유저작물이 된 대한제국 시절 노래 500곡 가운데 하나였다.
같은 날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세워져 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에 저작권 사용료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났다. 동상의 원저작자가 서울시에 무상으로 기증한 저작권을 서울시가 상업목적의 이용에는 사용료를 부과하고 또 동상을 이용한 제2·제3의 저작물 작성에는 시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기사는 전하고 있었다.
보도는 서울시는 이를 위해 저작권 관리를 어느 기관에 위탁하고 사용료 부과를 통해 얻은 수익의 전부를 복지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의 동상 사용료 부과는 ‘공유저작물의 정신’에 어긋난다.
공유저작물은 저작권이 만료된 저작물과 국가나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공개를 결정한 저작물, 그리고 저작권자에게서 기증받은 저작물을 총칭하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공유저작물은 원칙적으로 자유이용을 보장하고 있다. 누구든지 그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융합시대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혁신은 수많은 저작물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2010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애플의 아이폰도 자신의 고유 저작물보다는 이미 존재한 여러 개의 저작물을 융합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 과정에서도 수많은 공유저작물이 크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지식정보화 사회가 진전될수록 저작물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새로운 혁신을 위한 저작물의 수도 증가한다. 창의력의 원천인 저작권은 법률로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저작권자에 의한 지나치게 엄격한 저작권 주장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혁신에 필요한 수많은 저작물 가운데서 한 저작물의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권을 지나치게 고가로 주장하면 혁신은 현실화될 수 없다.
저작권자의 지나친 자기주장이 사회에 면연될 경우 이것이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의 등장을 저해하고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나아가서 인류의 장래를 어둡게 할 수도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저작물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혁신과 창작의 원천이다. 혁신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미래에는 공유저작물이 사회적 자본이 될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 많은 나라일수록 혁신이 빨라지고 지식정보화 사회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
광화문광장에 세워져 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원저작권자가 무상으로 서울시에 저작권을 기증한 것은 저작권자가 ‘지식나눔’을 통해 모두 같이 잘 사는 상생의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숭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정부도 공유저작물 정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국가나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저작물을 공유저작물 제도를 통해 다시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 그리고 공유저작물에 공유저작물임을 표시하도록 하고 공유저작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공유저작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 공유저작권자의 숭고한 나눔의 정신, 상생의 정신을 발현시켜야 할 것이다.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은 공유저작물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이용하도록 해 서울시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 광장의 위상에도 맞다.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ahnms@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