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T모바일USA 인수 결국 무산…40억달러 물어준다

 미국 이동통신 시장 2위와 4위 사업자의 인수합병이 규제당국 반대로 무산됐다.

 AT&T는 19일(현지시각) T모바일USA 인수제안을 철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AT&T가 390억달러(약 45조5500억원)에 T모바일USA를 인수하려 했던 계획은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소송과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시장 자율경쟁 저해 우려에 막혀 수포로 돌아갔다.

 AT&T는 인수 철회로 도이치텔레콤에 위약금 40억달러(약 4조6700억원)를 지불해야 한다. 거액의 위약금을 지불하고도 인수제안을 철회해야 할 만큼 미국 규제당국의 벽은 높고 칼날은 매서웠다.

 ◇경과=AT&T는 지난 3월 독일 도이치텔레콤 자회사인 T모바일USA 인수계획을 발표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미국 이통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파수 확보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초기부터 미 당국에 발목을 잡혔다. 발표가 나자마자 뉴욕 검찰은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법무부는 물론이고 일부 주정부까지 나서 반대 소송에 동참했다. 경쟁사의 소송도 이어졌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FCC까지 합병 적법성 검토에 나섰다.

 이처럼 미 규제당국이 일사불란한 행동에 나선 핵심적 이유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성장동력을 잃은 미국 경제에 유럽발 재정위기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그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선을 앞둔 오바마 정부 역시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정책을 용인하지 않았다.

 ◇전망=무선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파수 확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확산으로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이 불가피하다.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은 이달 초 케이블기업 컨소시엄이 내놓은 주파수를 36억달러에 사겠다고 제시했다. 3위 스프린트는 클리어와이어의 4세대(G)망을 임차하는 데 16억달러를 썼다.

 AT&T는 이번 거래가 미 전역에 무선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인수에 성공하면 가입자가 1억2000만명으로 늘어나 다시 시장 1위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AT&T가 후순위 사업자인 디시네트워크를 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T모바일USA와의 연합은 주파수 부족 상태에 임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었다”며 “이런 시도가 저지됨에 따라 고객이 피해를 입고 투자비도 급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T&T의 T모바일USA 인수 추진에서 무산까지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