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석호익 한국지능통신기업협회 회장(60)은 “시장에 생기가 돌려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두 단체가 뜻을 모아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통신장비 분야를 대표하는 지능통신기업협회와 네트워크산업협회가 의기투합했다. 두 단체는 업무와 회원사는 비슷했지만 각각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소속으로 지금까지 선의의 경쟁 관계였다. 석 회장은 “통신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데다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협력 배경을 설명했다.
석 회장은 안팎에서 인정하는 통신정책 전문가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체신부를 시작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신인 정통부까지 공직에서만 거의 30년을 보냈다. 그것도 정보통신 한 분야만 외골수로 고집했다. 그만큼 전문성과 식견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통신정책은 전형적인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었습니다. 통신 시장 초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때는 서비스 경쟁 체제를 만들고 설비 투자를 확대해 세트와 같은 제조업, 이어 부품업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공급이 넘쳐납니다. 이제는 공급 보다는 수요를 만들어야 합니다. 수요 유발 정책이 필요할 시기입니다.”
석 회장은 특히 생태계 가치사슬(밸류 체인)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간통신 사업자가 선순환 구조의 꼭지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산업에 생기가 돌 수 있습니다. 정책도 당연히 사업자에 맞춰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위원회 체제는 한계가 많습니다.” 석 회장이 정통부 해체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원회 체제는 어정쩡합니다. 한 마디로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의사 결정 구조입니다. 진흥과 규제 어느 한 쪽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정통부와 똑같은 조직은 힘들겠지만 차기에는 독임 부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IT업무가 부처별로 흩어져서는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정책도 힘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석 회장은 새해 4월 총선에 정식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고향인 칠곡·성주·고령 지역구에 나갈 예정이다. 정보통신 전문가이자 산증인으로 공직에서 못한 소임을 국회에서 다시 펼칠 계획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가 이룩한 업적 중에 하나가 정보통신 강국을 위한 인프라를 닦아 놓았다는 점입니다. 단기간에 초고속망을 깔아 놓았고 정보화 측면에서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IT가 앞서가는 나라라는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제는 이를 제대로 활용해야 합니다.” 석 회장은 “정보통신은 전문성이 어느 분야보다 필요한 곳”이라며 “그동안 쌓은 정보통신 노하우와 성과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