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결산] 핵티비즘의 대두

[2011 결산] 핵티비즘의 대두

 지난해 정부와 기업의 기밀문서를 폭로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해킹그룹 ‘어나니머스’가 거대 카드사인 마스터카드와 비자가 위키리크스에 대한 지불 결제를 중지한 데 대응해 두 카드사의 홈페이지를 공격한 것. 어산지의 계좌를 폐쇄한 스위스 은행과 그를 기소한 스웨덴 검찰 웹 사이트도 다운됐다.

 어산지와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어나니머스는 전세계적으로 수천명의 해커들이 동참하고 있는 단체다. 이들은 ‘핵티비즘(Hacktivism)’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올해 IT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핵티비즘이란 사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개인적 해킹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저항의 성격을 갖는 새로운 형태의 투쟁이다. 핵티비즘은 기존 시위와 달리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인터넷 시대인 요즘 더욱 파급력이 크다.

 어나니머스 활동을 지속되고 있다. 카드사 해킹을 시작으로 지난 1월 북아프리카·아랍의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해 튀니지와 이집트 정부 사이트를 디도스(DDoS) 공격으로 마비시키며 민주화운동에서도 활약을 보였다. 또 인터넷 감시 장치를 도입하려는 터키 정부에 반대해 터키 의회 웹사이트를 목표로 한 해킹을 계획한 혐의를 받기도 했다.

 지난 4월 역대 최고 규모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소니의 해킹 배후 역시 어나니머스였다. 유명 해커 조치 호츠에게 법적 소송을 제기하자 보복성 차원에서 사이버 테러를 펼친 것. 이 외에도 세계적으로 정치적인 문제가 터질 때마다 해킹 경고를 하는 등 전방위로 활동을 진행 중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