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T 2세대(2G) 이동통신서비스 종료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사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논쟁할 가치조차 없는 사안이다. 1996년 정부는 이동통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용자 편익을 제고하고자 3개 PCS 사업자를 출범시켰다.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기식 CDMA를 국가 표준으로 정하고 사업자 투자를 유인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이동통신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 오늘날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단말기업체도 탄생했다. 하지만 이후 세계 이동통신 표준전쟁이 전개되면서 유럽 중심의 비동기식 WCDMA 기술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국내에서도 2002년 5월 WCDMA 방식을 국가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결국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는 두 표준기술에 중복 투자하는 상황을 맞았다. 해외에서도 미국, 일본, 호주 등지 이동통신 사업자가 2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통신기술이 업그레이드되거나 진화하는 경우 기존 서비스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는 국가 이동통신 표준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뀌었다. 결국 3G로 진화할 때 기존 2G 네트워크를 정리하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다.
표준정책 변경에 따라 기존 주파수로 보다 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IT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이용자 편익 등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새로운 차세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특정 사업자뿐 아니라 국가, 이용자, 제조사, 협력업체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 공동의 책임이자 의무다.
2G 종료는 국가 표준정책 변화에 따른 사업자의 불가피한 선택이므로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미 비동기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기존 2G 네트워크 종료가 필요 없지만 우리나라처럼 표준이 바뀐 나라는 예외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 미국, 일본 등 다른 해외 국가도 특별한 정부 규제없이 사업자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2G 종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정부는 단말 무상제공, 요금할인, 타사 전환 지원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전환혜택을 마련하고 2G 종료 이후에도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도록 하는 등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조건을 부여한 후에야 서비스 종료를 승인했다.
KT는 2007년 세계 및 국내 최초로 3G(WCDMA) 전국망을 구축했다. 2009년 말 아이폰 도입으로 스마트혁명도 가능케 했다.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향유하는데 KT 역할이 컸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 정책에 부응해 적극 투자하고 산업을 활성화시킨 사업자에게 정책적 지원은 못할망정 투자도 못하게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KT 2G 종료 논쟁 초점이 정부 010번호통합정책에 대한 이의제기 양상으로 흐르는 것도 문제다. 2G 종료를 반대하는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2G 종료를 번호통합정책의 실질적인 시행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 승인에 따라 2G가 종료되면 번호통합을 가속화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적극 반대한다. 하지만 번호통합은 이미 2004년 마련된 정책이다. 방통위는 지난해에도 번호통합정책 기본 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현 KT 2G 가입자 중 01X 사용자들은 3G로 전환가입시 2013년말까지 쓰던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수년간 무료로 번호변경 안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번호변경으로 인한 불편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 비춰볼 때 KT 2G 종료가 고객에게 엄청난 불편과 피해를 준다고 주장하는 것은 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다. 결국 오해는 풀리고 진실은 드러나는 법이다.
이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mis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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