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실성 떨어지는 세제지원책

[기자수첩]현실성 떨어지는 세제지원책

 최근 지식경제부는 전기차 보급사업 주무처인 환경부와 협의없이 세제지원책을 발표했다.

 지경부는 21일 기아차 ‘레이’와 르노삼성 ‘SM3 ZE’ 전기차에 대해 개별소비세·교육세·취득세·공채할인 등 최대 420만원까지 세제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가격도 결정 안 된 차 가격을 추정치(6000만원)로 언급하며 액수도 ‘최대 42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레이는 환경부를 통해서만 공공기관과 지자체에 보급한다. 현재 4000만원 후반대로 가격 조율중이다. 차 가격이 높아지면 정부 지원금이 더욱 늘어나 완성차업체만 배불리는 셈이다.

 레이는 경차이기 때문에 420만원보다 많은 554만원을 세제지원 받을 수 있다. SM3 ZE는 현재 국내엔 차량이 없다.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나 차량을 확보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 사업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이런 지경부가 야속하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를 700대로 잡았지만 차량 개발 지연과 저속차 업체 부도, 충전시설 미구축 등의 이유로 목표량을 500대로 수정했다. 이마저도 내년 2월까지 전력을 다해야 가능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와 협의없이 지원책을 발표해 마치 일반인도 차를 구매 가능한 것으로 혼동할 수 있고, 차량가격에 따라 보조금이 지원되는데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액수까지 언급하는 건 보급사업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 발표로 많은 언론들이 일반인도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다음날 트위터에서는 ‘전기차 대중화’ ‘나도 전기차 살래’ 등 댓글이 기사들과 함께 퍼졌다.

 정작 환경부는 내년에도 일반인 대상 전기차 보조금지원책은 계획조차도 없다. 최소한 2013년은 지나야 가능하다. 충전인프라 구축과 안정성을 확보한 뒤 신중한 정책을 세우겠다는 환경부 생각이다.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산다면 충전시설도 개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일반인이 최소 5000만원 이상 되는 충전기와 시설물까지 직접 구축하기는 어렵다. 지금 상황에선 개인이 전기차를 산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경부는 향후 전기차 수요를 고려해 정책 제도화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굳이 특정 차량 2종을 대상으로 한 발표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지난 10월 13일 ‘전기차 세제지원책’을 발표했는데도 말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