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287)SOPA,그리고 PIPA

 미 의회에 제출된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법안(Stop Online Piracy Act, 약칭 SOPA)’이 올해 최악의 인터넷 뉴스 중 하나로 꼽혔다. IT블로그 뉴스사이트인 ‘리드라이트웹’이 스티브 잡스의 죽음, SNS로 촉발된 월가의 시위 등과 함께 ‘SOPA`를 올해 최악의 10대 뉴스에 포함시킨데 이어 미국 조사 및 IT 매체를 거느리고 있는 IDG 그룹 역시 ’SOPA`를 10대 나쁜 뉴스 중 하나로 꼽았다. 이 법안은 상원에 발의된 ‘지적재산권 보호법(Protect IP Act,약칭 PIPA)`과 함께 뜨거운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OPA는 미 텍사스주 출신 미 하원의원인 ‘라마 스미스(Lamar Smith)’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특정 웹사이트가 저작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정부가 해당 웹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는 것이 발견되면 인터넷 서비스업체(ISP) 또는 검색 서비스업체들에게 해당 사이트 접속을 금지하도록 요구하거나, 검색에서 제외하도록 할 것을 명령하는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또 신용카드나 페이팔 같은 결제 서비스 접속도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결제서비스 접속이 차단되면 불법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결제 수단을 확보하지 못해 고사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 또한 SOPA는 인터넷 광고업체들이 불법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SOPA는 PIPA와 맞물리면서 인터넷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이 법안이 통과되면 토렌트 사이트와 같은 P2P 사이트들이 존립하는 게 힘들어지고 유튜브, 페이스북 등 인터넷 업체들도 사용자들이 불법 콘텐츠를 올리면 어떤 식으로든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은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터넷 업체들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법안의 통과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이 법안이 미 수정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며, 또 기술적으로도 규제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으며, 위키피디아 설립자 지미 웨일즈는 SOPA를 반대한다는 의미로 위키피디아 영문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SOPA와 PIPA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빅미디어 업계와 빅테크 업계로 양분되어 진행되고 있다. 찬성 진영에는 컴캐스트, ABC, ESPN, CBS, 메이저 리그 야구, 소니, 타임워너, 비아콤, 워너뮤직 등 미디어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반대 진영에는 페이스북, 구글, e베이/페이팔, 포스퀘어, 레딧, 모질라, 텀블러, 트위터, 야후, Scribd, 쿼오라, AOL 등 인터넷 업체들이 가세하고 있다. 당초 SOPA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인터넷 도메인 등록업체인 ‘고대디닷컴’은 대규모 고객 이탈 조짐이 보이자 SOPA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 방침을 철회한 상태다.

 SOPA와 PIPA는 올해에 이어 내년 초에도 뜨거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인터넷 및 미디어 업체들은 내년 의회에서 이들 법안의 통과 여부가 향후 사업 전략 수립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통과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