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한국SW세계화위원회 위원장·프리씨이오 명예회장 ytkimfree@gmail.com
한국이 소프트웨어 산업의 스타를 기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의문시한다. “이스라엘처럼 선진 각국에 유태인이 지도층으로 진출하고 있지 못하고 인도처럼 영어를 잘 쓰지 못하는 한국인이 세계시장에서 무슨 재주로 성공할 것이냐?”라는 식의 스스로를 비하하는 발언이 많다. 만약 그 말이 맞다면 우리가 과거 60년 동안 이루어낸 업적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겠는가.
1955년 10월에 한국재건위원회(UNKRA)에서 인도대표 메논은 “한국 땅에서 경제재건을 기대하는 것은 마치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당시 한국은 발전가능성 없는 척박한 환경의 국가였다. 1953년 한국의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다. 그런 세계 최하의 가난한 나라가 지금은 국민소득 2만달러로 세계 20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해서만은 안 된다고 비관한다.
정말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소생할 가망이 없는 것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 업계에 세계적인 스타를 육성해 국민 모두가 열광을 하게 만든다면 소생은 물론 성공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좁은 한국시장에 매여서 출혈경쟁 속에 있기 때문에 방대한 세계시장에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을 세계시장 특히 미국시장부터 개척하게 독려하고 지원하면 될 일이다.
세계 최고의 수준까지 올랐다고 컨설팅업체 포리스터·리서치가 평가했던 핸디소프트가 6년 동안 미국에서 매년 1000만달러를 쓰면서 악전고투하다가 물러선 일이 있었다. 회사는 앞으로 4년만 더 견디면 반드시 세계시장을 제패하겠다며 주변에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돕지 안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었다. 이처럼 미국으로 진출하려다가 뜻을 펴지 못한 회사들이 부지기수다 보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수십 개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위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개중에는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요건을 갖추어가는 기업이 보인다. 안철수연구소 같은 보안의 선두주자나 잉카인터넷 같은 금융보안 전문 기업은 특히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다만 이들이 과감하게 세계전략을 추진할 용기를 내게 거국적인 지원이 더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지난 여름 미국 보스턴의 매스챌린지라는 세계창업경진대회장에 들러 벤처기업들에 대한 보육 현장을 둘러본 적이 있다. 20여개 부스에 벤처기업들이 입주해서 사업을 개발하고, 선진기업의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 장소는 독지가가 무료로 제공했고 보스턴시와 대기업들이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었다. 현장에서 뜻밖에 한국인 여성 창업자를 만났다. 대학생들이 만든 스타일셰어의 윤자영 대표였다. 젊은 여성이 이런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크게 감격했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 이런 도전정신을 갖고 열심히 소프트웨어 사업을 개발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정부기관들이 이런 소프트웨어 강소 기업이나 창업기업을 적극적으로 도와나간다면 이 분야의 성공신화를 창조할 수가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구글의 래리 페이지, 작고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도 모두 그 초창기에는 우리의 젊은 일꾼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도 거국적으로 이런 싹을 찾아서 처음부터 후원하고 육성하는 환경을 조성하면 될 일이 아닌가. 좌절이나 포기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새 각오로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