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희망이다]기업가정신 에듀케이션

 대한민국 초·중·고등학생들에게 부여된 지상 과제는 진학이다. 이들은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이자 과제로 알고 자란다. 진학 이외 길은 소수가 선택하는 특이한 분야일 뿐이다. 진학에서 적성이나 특기는 배려 대상이 아니다. 무조건 더 이름 있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다 보니 창업 역시 학교 교육에서 논외로 치는 분야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창업이나 기업가정신 교육은 찾을 수 없다. 심지어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도 없다.

 하지만 선진국은 다르다. 학교에서는 진학이 최우선 목표가 아니다. 학생 개개인 능력과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졸업 후 진로는 취업, 창업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게 충분한 교육을 제공한다.

 국내 기업인들은 사라진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대학 이전 단계에서도 기업가정신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취약한 기업가정신 교육=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정규과목 중에는 기업가정신이나 창업과 관련한 교육이 전혀 없다. 특기나 적성교육도 찾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 수준이나 적성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획일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데 있다. 오직 국·영·수가 중요할 뿐이다.

 방과 후 학교 등을 통해 특기·적성교육을 일부 실시하지만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대부분 학원 등으로 빠져나가는 만큼 실효성이 높지 않다.

 학교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니 기업가정신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도 제대로 조성될 수 없다. 연대보증 등 잘못된 제도도 일부 작용하긴 했지만 ‘사업하면 집안 망한다’는 정서가 강한 것도 기업가정신 교육 부재 때문이다.

 ◇선진국은 기업가정신 교육 활발=창업이 활발한 유럽과 북미 나라들은 교육부터 우리와 다르다.

 네덜란드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학력수준, 적성, 장래희망에 맞춰 네 가지 트랙으로 나누어 진학한다. 학생 각자 관심에 따라 대학진학을 원하면 공부를, 취업이나 기술을 배우고 싶으면 기술을 자유롭게 선택해 배울 수 있다. 선택에 따라 이수기간도 4~6년으로 달라진다.

 스웨덴은 경제·지역개발청(Nutek)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교육한다. 대학에서는 강의를 통해, 어린이들에게는 전국에 설립한 기업가정신센터를 통해 기업가정신을 전파한다.

 공교육 외에 사회적인 기업가정신 교육도 적극적이다. 기업가정신이 가장 발달한 나라로 평가받는 미국은 카우프만재단을 중심으로 어린이부터 대학생까지 연령별 기업가정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업 경영을 주제로 한 ‘핫 샷 비즈니스’라는 기능성게임을 서비스하는데 1300만명의 어린이들이 이 게임으로 기업가정신을 체험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4년 출범한 기업가정신 운동단체 ‘메이크 유어 마크’가 펼치는 캠페인이 유명하다. 메이크 유어 마크는 미국 카우프만재단과 함께 지난 2008년부터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을 공동 개최한다.

 ◇비즈쿨 운영 기대=우리나라는 현재 초·중·고에서 특별활동 시간을 이용해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교육하는 ‘비즈쿨’을 운영한다. 중소기업청 지원으로 지난 2002년 처음 시작한 이후 2004년부터 본격화됐다. 올해는 전국 100개 초·중·고등학교가 비즈쿨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비즈쿨은 비즈니스(business)와 스쿨(school)의 합성어로 ‘학교 교육과정에서 사업을 배운다’는 의미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초개념인 기업 및 기업가에 대한 이해, 창업과 경영, 현장체험 등을 통한 체계적인 비즈니스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육내용은 △수업 및 창업동아리를 이용한 창업교육 △NIE 활용 경제교육 △사업계획서 작성 교육 △발표기법 교육 △외부 창업 강사 초빙 강좌 △우수 기업 방문 △비즈쿨 창업 및 경제 캠프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학부모 경제교실을 운영함으로써 창업과 기업가정신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전환도 모색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가 운영하는 ‘YES 리더 프로그램’이 비즈쿨과 적극적인 협력과정을 운영하면서 체계와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한인배 벤처기업협회 서울벤처인큐베이터 실장은 “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해서는 대학생 이전단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중요하다”며 “YES 리더 프로그램은 기업가정신 특강, 워크숍 등을 통해 비즈쿨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