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유럽 이통업계 시장재편 `몸살`…데이터 폭증에 주파수 확보, 4G 대응 이유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 혁명이 세계 이동통신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주파수 보유자 간 합종연횡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롱텀에벌루션(LTE) 등 4G 기술로 시장질서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앞으로 세계 이통시장은 폭발적인 데이터 수요에 대응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뉘어 본격적인 시장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 판 짜는 미국=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6일 퀄컴의 주파수를 인수하겠다는 AT&T의 계획을 승인했다. FCC는 “AT&T가 퀄컴의 주파수를 가져도 시장경쟁을 저해해 공공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FCC는 AT&T와 T모바일USA의 합병에 대해서는 승인을 불허했다. 시장의 자율경쟁을 저해하는 불공정 거래라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T모바일을 인수해 주파수를 확보, 4G 서비스에 나서려던 AT&T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대신 40억달러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할 처지다.

 T모바일 역시 위기 상황이다. 미 이통사 중 유일하게 애플 아이폰을 제공하지 않아 수요가 급감한데다 망을 운용할 사업 모델이 확실치 않다. AT&T와 합병해 시너지를 내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T모바일이 3위 사업자인 스프린트넥스텔과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초 AT&T가 인수 의사를 밝히기 전, 스프린트와 합병 논의가 오고간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후발 주자끼리는 합병을 해도 독과점 체제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승인도 비교적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병에 성공하게 되면 시장 1, 2위인 버라이즌, AT&T와 3강 체제를 이뤄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일로 유럽=스마트폰 혁명은 유럽 이통업체의 명암도 갈라 놓았다. 프랑스텔레콤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이통서비스 자회사 ‘오렌지’의 스위스 사업부문을 16억유로(약 2조4070억원)에 기업인수합병 전문회사 에이팩스파트너스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에이팩스파트너스는 EQT 파트너스, 프리비던스에쿼티파트너스, 프랑스 통신 대부 자비에 니엘을 꺾고 이 계약을 체결했다.

 오렌지는 아이폰이 유럽에 상륙하던 초창기 프랑스 등에 독점 공급권을 따내 재미를 봤지만 경쟁 체제로 전환되고 재정 위기 등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점차 악화됐다. 모 회사인 프랑스텔레콤의 부진까지 더해져 사업성이 낮은 부문을 털어내는 차원이다. 매각안은 새해 1월 둘째 주에 프랑스텔레콤 이사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스페인 최대 전화사업자인 텔레포니카는 지난 15일 배당 축소를 발표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액을 14%까지 줄이기로 했다. 재정 위기 여파로 내수 시장이 줄고 주요 시장인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성장세가 둔화한 탓이다. 스페인 소비자들은 전화 가입을 취소하거나 저가 업체로 바꾸고 있다. 텔레포니카는 지난 9분기 중 8분기에 이익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부채가 550억유로(약 82조88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스페인 광대역 시장 점유율은 지난 10월 50% 이하로 내려갔다. 이는 스페인 전화사업이 1996년 독점에서 경쟁 체제로 전환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