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벤처신화를 이끈 주인공들이 새로운 스타트업 신화 창조의 도우미를 자청하고 나섰다. 성공한 1세대 벤처인들과 벤처캐피털들이 10여년 만에 찾아온 창업 붐을 성공으로 연결하기 위한 지원에 나선 것이다.
선배 기업인들은 후배 스타트업 기업인들에게 먼저 사업을 하며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엔젤투자로 직접 지원도 한다. 벤처캐피털들도 규모가 있는 기업에만 투자하던 안정적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초기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바람을 타고 2012년은 새로운 스타트업 신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1세대 원조 벤처가 도우미로=대표적인 스타트업 도우미는 벤처기업협회(회장 황철주)다. 71개 기업으로 시작해 15년 만에 1만개가 넘는 회원을 보유한 협회로 성장한 벤처기업협회는 새로운 스타트업들의 멘토를 자청한다. 대표적인 활동이 벤처 7일 장터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여성벤처벤처협회가 함께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선배 기업인들이 멘토로 참가해 벤처 7일 장터를 찾은 후배 창업(예정)자들에게 경영·판로·자금·특허 등 기업 운영 전반에 대해 조언한다. 벤처 7일 장터 운영이 1년이 넘으면서 창업 예정자들과 초기 창업자들의 모임인 ‘스타트업 벤처포럼’도 출범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YES리더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에게 창업 마인드와 기업가정신을 확산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현직 벤처 CEO들이 강사로 나서 특강을 하고, 실제 창업과정을 경험하는 캠프도 개최한다. 벤처 CEO들의 열정적인 강의와 참여로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져 이제는 학생들의 참여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 CEO, 창업 전도사로 변신=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은 기업가정신을 확산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재단 출범과정에서 사재도 선뜻 내놓았다. 기업가정신재단은 새해부터 교육과 연구, 창업보육 등의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 역시 기업가정신재단에 사재를 출연했고, 최근에는 1세대 성공 벤처 CEO들과 함께 ‘1000억 엔젤클럽’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엔젤투자에 나섰다. 또 글로벌중견벤처포럼 의장을 맡아 청년 창업자들을 위한 멘토링과 투자지원 등의 역할도 한다.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중소기업 호민관을 역임한 이민화 KAIST 교수도 대표적인 창업 전도사다. 이 교수는 각종 창업 관련 행사에 참가해 기업가정신을 전파하고 있으며, KAIST에서도 강의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창업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이니텍과 이니시스를 창업한 권도균 대표와 네오위즈 공동창업자인 장병규 대표는 각각 프라이머와 본엔젤스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엔젤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권 대표와 장 대표 모두 가능성 있는 초기 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한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YES리더 기업가정신특강 사업단장을 맡아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심어주고, 창업열기를 전하는 현장을 누비고 있다.
◇벤처캐피털도 스타트업 돕는다=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캐피털도 스타트업 기업 투자를 확대한다. 모바일과 소셜 등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지난해는 벤처와 스타트업이 재조명됐다. 창업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이에 맞춰 벤처캐피털들의 투자도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액은 벤처붐이 일었던 2000년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10년 만에 1조를 돌파한 벤처투자액은 지난해 11월 이미 2010년 전체 투자액을 넘어섰다. 투자한 금액이 시장에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의미하는 투자잔액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2000년 당시보다 훨씬 많은 3조5000억원대로 집계됐다.
올해 역시 벤처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소기업청과 벤처캐피탈협회, 한국벤처투자,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등이 함께 만든 엔젤투자지원센터를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엔젤투자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엔젤투자지원센터는 엔젤투자 매칭펀드를 운영해 투자를 지원하고, 성공한 벤처 CEO들의 엔젤투자 참여도 유도할 계획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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