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애플이 되찾은 미국 모바일 리더십

 [신화수 칼럼] 애플이 되찾은 미국 모바일 리더십

엊그제 미국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UC버클리 등 3개 대학이 공동 연구한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에 대한 글로벌 네트워크 이익 분배’란 논문이다. 간추리면 이렇다. 애플은 이익을 거의 독차지한다.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기업만 최대 수혜주다. 애플 외 미국 기업에 갈 떡은 별로 없다. 조립 생산하는 중국 기업은 ‘빛 좋은 개살구’다.

 만일 애플이 한국기업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까. 아마도 죄다 외국에서 생산해 들여와 국가 경제엔 기여하지 않고 나 홀로 이익만 챙긴 기업이란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미국 대학 연구진은 이렇게 말한다. 애플은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을 하면서 고급 일자리를 제공해 미국 경제에 더 큰 이익을 줬다.

 애플에 대한 미국 내 평가가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이동통신사업자, 앱 개발자가 받는 이익이 적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미국은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만든 스마트 생태계 덕분에 외국에 빼앗긴 모바일 리더십을 되찾았다. 그 힘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주한 PC시대보다도 더 강력하다. 파급 효과도 엄청나다.

 구글이 한몫을 했다. iOS나, 안드로이드나 미국 모바일플랫폼이다. 애플은 스스로, 구글은 삼성전자를 앞세운 게 다를 뿐이다. 거품이 꺼진 후 10년 동안 침체된 실리콘밸리도 다시 활력에 넘친다. 애플, 구글 생태계에 들어가려는 국내외 기업들로 북적인다. 페이스북, 트위터, 징가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기업들도 승승장구한다. 미국 벤처캐피털인 KPCB가 얼마 전 내놓은 보고서 ‘인터넷 트렌드 2011’의 소제목이 이를 압축해 전달한다. ‘모바일리더십-미국인은 자랑으로 여겨야 한다’

 우리나라도 한때 모바일 리더십을 쥔 적이 있다. 지하철에서 TV를 보고, 산에서도 영상전화를 하는 세계 최고 이동통신 인프라와 다양한 서비스로 세계를 선도했다. 심지어 애플, 구글 같은 미국 기업들도 부러워했다. 지금도 그렇다. 4세대(G) 이동통신이 없는 나라가 대부분인데 와이브로에 LTE까지 된다. 와이파이망도 촘촘해 지하철에서 모바일컴퓨팅을 한다. 세계 스마트폰 넉 대 중 한 대가 한국산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한국이 모바일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딱 하나,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탓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앱 개발자나 모바일 기업도 눈을 국내 이통사, 스마트폰, 포털이 아닌 애플, 구글, 페이스북을 향한다.

 우리 기업들이 당장 애플, 구글처럼 생태계 정점에 설 수 없다. 제조를 버리고 개발과 마케팅만으로 승부를 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조기술, 인프라라는 핵심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미래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차세대 모바일도 좋고, 스마트TV, 스마트카도 좋다.

 애플의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일본 기업 이익은 1% 미만이다. 여기엔 빠진 게 있다. 일본 기업이 한국, 중국기업에 공급하는 핵심 부품·소재다. 그런데 일본 부품·소재 기업마저 고비용을 견디다 못해 해외 이전을 추진한다. ‘잃어버린 10년’ 시절도 꿋꿋이 버텼던 그 기업들이다.

 우리 대기업도 일본 기업이 간 길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 스마트기기 제조를 언제 해외에 넘길지 모른다. 핵심 부품 생산의 해외 이전도 본격화했다. 이통사도 아이폰 출시 이후 미국 이통사가 그랬듯이 각종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하고 본연의 수익원은 계속 줄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개발자, 기업을 끌어들일 정도의 생태계를 만들지 않으면 우리도 지금의 일본 기업처럼 변두리로 내몰릴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 1~2년이 일본 기업이 아닌 애플의 길을 따라 갈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중소 협력사를 어떻게 대해 왔는지 되돌아보면 그 해법도 보인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