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게임 속에 살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업무를 보거나 게임, 영상, 정보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기기는 이미 PC 이상의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화제가 되면서 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포스퀘어 등으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거나 페이스북으로 위치를 공유한다. 현대인은 이미 가상세계와 현실이 서로 이어지고 상호작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게임화(Gamification)’라는 용어는 2010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대중화되면서 등장한 신종용어에 해당한다. 게임 내에 존재하는 특정 요소를 뽑아서 (게임이 아닌) 각종 비즈니스 또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해 비즈니스를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지루한 학습이나 사회봉사 활동에도 적용할 수 있다.
‘게임화’ 방식을 구체적으로 나열한다면 이용자에게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웹사이트나 서비스에 순위표를 추가하고 배지를 수여해 보상을 제공하는 모든 디자인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에 있었던 시스템을 다시 개념화한 것으로 우리는 이미 다양한 일상과 서비스 속에서 ‘게임화’를 경험하고 있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에서 ‘1등, 2등, 3등’을 달며 놀이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조차 이용자 스스로 만들어낸 게임방식이다.
◇소셜게임, “게임화의 핵심은 사회성과 상호작용이다”=게임화가 가장 잘 적용된 새로운 장르가 바로 소셜게임(SNG)이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카페, 모바일 등에서 공유되는 소셜게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곧 인맥정보를 바탕으로 지인들과 일종의 역할놀이를 하는 것이다.
소셜게임이 흥미로운 것은 이용자들이 과거의 전통적인 콘솔, PC, 온라인 게임 이용자가 아닌 새로운 고객층이 게임 이용자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여성, 가족, 은퇴자 계층 등 기존 게임 산업에서 간과했던 계층이 게임을 접하기 시작했고 소셜게임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소셜게임의 내용은 새롭거나 엄청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소셜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셜게임은 게임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사회성’과 ‘상호작용’으로 이해하고 게임을 설계했다.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지루해 보이는 일들도 간단하고 명확한 목표와 커뮤니케이션 동기를 부여하면서 지속적으로 도전하게 만들었다.
농장을 꾸미거나 마피아의 일원이 돼 조직원을 늘리고 미션을 수행한다. 게임을 이용하는 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플레이 동기를 찾아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다. 성취, 몰입, 경쟁, 협동 등이 게임장치가 됐다.
이는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징가의 ‘팜빌’이나 ‘마피아’ 게임처럼 소셜게임에만 적용되는 원칙은 아니다. 재미나 놀라움을 제공하는 콘텐츠 개발이 아니라도 이용자 스스로 시스템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가고 일상적 요소들도 게임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비즈니스부터 사회 참여까지 어떤 것이든 게임화할 수 있다”=게임화를 살펴보면 이미 세상에 적용된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인간의 역사가 게임과 함께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또 세상에 무엇이든 ‘게임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찍이 사람들은 즐거움을 찾거나 공동체 화합을 위해 함께 게임을 즐겨 왔다.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의 등장으로 우리는 가벼운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이용하거나 지울 수 있다. 전통적 전자책 형태가 아니라면 우리가 경험하는 이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부분 ‘게임화’돼 있다. 어학교육이나 건강, 정보, 여행, 학습 등 엔터테인먼트에서 학습교육 콘텐츠까지 기초적인 게임 디자인 방법을 적용해 이용자에게 경험을 제공하고 몰입을 돕는다.
닛산의 친환경 자동차에는 차내 에코시스템으로 차량 배기가스를 적게 내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경쟁하는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단순히 수치만 표시됐다면 동기부여가 적었겠지만 이 정보는 타인과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에게 자긍심을 부여한다. 달리기나 다이어트 등 오프라인 활동 등도 센서와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정보를 연동할 수 있고 게임처럼 기록이 남아 멀리 있는 타인과 경쟁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기능성 게임 제작으로 행동 교정이나 사회 참여, 기부 활동을 독려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게임화’의 사례다.
가장 적극적으로 ‘게임화’를 적용해 성공한 사례가 포스퀘어다. 포스퀘어는 자신이 위치한 장소에 ‘체크인’할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 회사,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나 영화관, 어디에서든 가능하다. 좀 더 자주 체크인할수록 더 많은 포인트를 획득하고 다양한 배지를 얻을 수 있다. 가장 많은 체크인을 한 사람은 해당 장소의 ‘시장(mayor)’ 칭호를 획득하기도 한다.
◇게임화, 세상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게임화’는 간단히 말하면 게임 디자인 원리를 일상생활에 적용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이용자나 소비자라는 용어 대신 ‘플레이어’라는 개념을 적용해 어떤 경험이나 서비스를 마치 게임처럼 상상해 구성하게 만든다. 반복적인 패턴을 인식시키고, 자발적으로 고객들이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게 만들고 다시 성취감과 명예 등의 보상을 제공한다. 이는 일상적 과제나 일을 즐거움으로 대체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소셜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에서 기부는 현실 기부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게임이라는 가벼운 방식과 가상화폐라는 쉬운 접근성이 이용자 마음을 쉽게 열게 한다. 지난 일본 동북부 대지진 사고에서도 국내 이용자들은 다양한 온라인 게임으로 기부에 동참하거나 자신의 게임머니를 기부하고 캐릭터를 사는 방식으로 재난 구호에 참여했다.
게임화는 소셜게임이나 기능성게임, 단순히 새로운 메커니즘 일부가 아니다. 또 순위표, 배지나 스티커, 포인트 시스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셜게임 전문가인 존 라도프는 “게임화란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식”이며 “유사 이래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새로운 종류의 게임을 찾았다”고 말했다.
게임화는 세상을 좀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가장 성공한 게임은 가장 재미있는 콘텐츠로 완성된 게임이 아니라 가장 활발하게 사회와 상호작용하는 게임이다. 몰입, 상호작용, 스토리텔링이 긍정적으로 어우러졌을 때 세상은 좀 더 재미있는 곳에서 좀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할 수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
김명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