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새벽 4시, 대한민국의 지상파 아날로그 TV방송 송출이 종료된다. 이후부터는 아날로그 TV방송 대신에 디지털 TV방송을 시청하면 되는데 일부 국민은 지상파 TV방송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디지털방송 전환과 관련해 대표적인 오해를 짚어 보고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자 한다. 디지털전환과 관련해서 가장 흔한 오해는 “좋아지는 건 별로 없고 예산만 쓰는 낭비”라는 것이다.
미국·영국을 비롯한 세계 국가들이 디지털방송 전환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TV가 더 깨끗하고 똑똑해진다. 아날로그에 비해 5~7배 더 또렷한 영상과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고, 자막과 해설방송은 물론이고 날씨, 교통, 증권, 건강 등의 정보제공 방송도 가능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이 입은 옷을 주문할 수도 있고, 3D방송 등 첨단방송도 가능하다.
디지털전환에 따른 산업·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 과거 컬러TV방송, 휴대폰과 초고속인터넷 도입 등이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것처럼 방송의 디지털전환으로 방송장비나 수상기뿐만 아니라 관련 부품, 콘텐츠 등 미디어산업 전반에 새로운 시장이 열려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 디지털방송 전환을 통해 발생하는 여유 주파수를 필요한 분야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정부와 방송사가 알아서 할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물론 방송사는 방송장비를 디지털화하고 난시청지역을 없애야 한다. 현재 방송사의 제작·송신설비는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로 내년 6월까지 중계소 장비를 모두 디지털화할 계획이다. 난시청지역을 해소하는 일도 정부와 방송사가 공동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TV수상기 부분이다. 기존 아날로그 TV로는 디지털방송을 볼 수 없다. 개별 가구는 디지털TV로 바꾸거나 전환장치(컨버터)를 달아야 하고 아파트는 공동 수신설비를 개선해야 한다. 이 부분은 시청자들이 준비해야 한다.
세 번째는 “모든 TV수상기를 디지털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과 아예 디지털전환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디지털전환에 대비해야 하는 대상은 아날로그 수상기와 안테나를 통해 TV를 보는 사람들이다. 아날로그 수상기라도 유선이나 위성 등 유료방송 가입자는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존 아날로그TV에 컨버터를 달거나 아파트 공시청설비만 개선해도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다. 정부는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는 컨버터를 무상으로 설치해 주거나 디지털TV수상기 구입비용 중 10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아날로그방송 직접수신 일반가구에도 컨버터 대여와 안테나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 협회는 정부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지원대상자들이 자신이 지원대상자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TV광고와 자막, 우편, 전화, 문자로 지원내용을 알리고 일부 주민센터에서는 대상 가구를 직접 방문해서 안내하고 있지만 지원대상인 직접수신가구에 대한 효율적인 집중 홍보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내년부터 지상파 아날로그 TV방송 직접수신가구에만 실시되는 자막고지 방송과 가상종료는 의미가 매우 크다. 디지털전환 대상 TV에만 자막고지와 가상종료 화면을 내보내므로 우리 집 TV가 디지털전환 대상인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내년 1월부터는 화면 하단에 안내자막을 보여주는 자막고지 방송이, 7월부터는 화면 전체에 안내문을 보여주는 가상종료가 일부지역에서 실시되는데, 갑자기 이런 TV화면이 보이는 가정에서는 당황하지 말고 안내되는 전화번호로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오해는 주로 정부지원 대상가구들에서 발생하는데 “디지털전환이 2012년 말이니까 정부지원 신청은 천천히 해도 되겠지”하는 생각이다. 물론 각 가정의 디지털전환 준비는 2012년 12월 31일 이전에 마치면 된다. 하지만 2012년 말, 정부지원 신청이 집중되게 되면 실제 지원은 상당히 지체될 수 있다. 지원이 늦어지는 경우 2013년 초에 TV시청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스스로 지원신청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조기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꼭 1년 후인 2012년 12월 31일 아침, 화면이 멈춰진 TV가 한 대도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관심과 자발적인 준비가 절실하다.
차양신 한국전파진흥협회 상근부회장 yscha@rap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