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차선이 최선이다

‘1등이 아닌 2등이 되려고 힘써라’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해라’

 얼핏 듣기에는 어폐가 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최고가 돼도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에 남의 뒤꽁무니나 좇으라니…. 그러나 차분히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1등이 아닌 2등, 최선 보다 나은 차선이 결국 최고가 된 사례가 수 없이 많다.

우선 경제·경영 분야를 보자. 경제전문지 포천은 매년 세계 1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 발표한 기업들도 어김없이 그 절반은 10년 전에는 100위권 밖에 있던 기업들이다. ‘영원한 1등은 없다’가 아니라 ‘10년 유지하기 어렵다’가 맞는 듯하다.

 ‘2등 마케팅’이 대세다. △1등의 약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면밀히 살펴 △발상의 전환으로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 역전하는 전략과 전술이다. 소니와 삼성, 코카콜라와 펩시, 유니레버와 P&G,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정치·역사 분야에서는 리더와 참모, 대통령과 킹메이커에 대한 숱한 사례가 많다. 유비와 제갈공명,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도요타 사키치와 이시다 다이조…. 지도자를 지도자답게, 최고경영자(CEO)를 최고로 만들었던 참모들은 진정 역사의 주인공들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활동 중인 소비트렌트분석센터는 2012년 키워드를 ‘드래곤 볼(Dragon Ball)’이라고 지칭했다. 진정성을 전하는 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Deliver true heart’, 꾸밈없는 열정을 뜻하는 ‘Rawganic fever’, 비주류가 전면에 등장하는 ‘Neo-minorism’ 등 10개 문장의 영문 첫 글자를 따 임진년 흑룡의 해를 상징했다.

 공교롭게도 이 10가지 키워드를 관통하는 게 있다. 바로 최선이 차선이라는 ‘Let`s plan B’, 일명 ‘플랜B 리더십’이다.

 세상은 너무 복잡해졌다. 1등은 언제까지 1등일 수 없고, 메이저라고 자랑했던 전통의 브랜드는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2등의 아픔을 겪어본 자, 리그 바깥에 머물렀던 마이너들이 대거 주류로 등장한다. 아마 1등이 보지 못한 세상을 제대로 봤다는 게 되레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리더상도 변했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지배적이고 독선적인 카리스마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설득과 공감, 자발적 참여와 지원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리던 시대는 지났다.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인재, 다양한 지성을 연결하는 열린 마인드를 갖춘 21세기형 리더가 필요하다.

 2012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이자, 수 많은 선택을 해야하는 시기다. 어떤 선택을 내릴 지는 각 자에게 달렸다. 최선이 없으면 함께 하는 차선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