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공사 업체도 변해야 합니다. 유무선 통신시장이 바뀌는 상황에서 이전 사업만 고집한다면 비전이 없습니다. 유무선 통합 환경에 적합한 사업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네트워크 구축, 유지보수 시장의 새로운 이정표가 필요합니다.”
KT네트워스가 새해를 맞아 대대적인 변신을 선언했다. 김영환 KT네트웍스 대표(54)는 “기존 사업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KT네트웍스는 네트워크 컨설팅과 설계, 장비 유통, 구축과 유지보수 전문 업체다.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3400억원 수준. 규모나 사업만 놓고 보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기업이다.
그러나 KT계열사 중에서 가장 역사가 깊다. 올해로 창립 26주년을 맞았다. 김 대표는 “3D로 불리는 공사업이라는 특수성, 노조가 강한 기업 문화, 잦은 인력교체 등으로 그룹 안팎에서도 찬밥이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KT계열사지만 그룹에 의존하는 매출 비중도 채 10%가 넘지 않는다. 프로젝트 관련해 그룹 의존 물량이 대부분인 다른 공사업체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말이 좋아 독립 경영이지 사실상 홀로 시장을 개척해 왔다. 김 대표 본인도 직접 대표를 맡기 전까지 관심 밖 기업이었다. 대표를 맡은 지난 1년 동안 떨어진 사기를 올리고 기업 문화를 새롭게 정립하며 비전을 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인 배경이다. 김 대표는 KT마케팅본부장·대외협력실장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CEO 직함을 처음으로 달았다.
“IT기업이지만 사업 자체는 건설업에 가깝습니다. 하이테크 업종이라는 인식보다는 통신업 중에서도 하도급으로 불리는 유지 보수와 시설공사가 주력이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회사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였습니다.”
김 대표는 제일 먼저 비전과 목표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IP기반의 ‘인 빌딩(In-Building)’ 서비스 기업으로 확실한 목표 의식을 심어 주었다. “KT네트웍스 강점은 KT사내망을 비롯해 와이브로·와이파이·IPTV·기간 전송망·인터넷컴퓨팅센터 등 핵심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축적된 노하우입니다. 구내통신 구축과 운용 역량을 기반으로 IT컨버전스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입니다.”
그룹과 시너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두 팔을 걷어 붙였다. KT가 그룹 중심의 결속력이 약한 점을 고려해 내부 역량을 쌓는 등 KT 본사의 선입관을 깨는 데 주력했다. 앞으로 5년 후 회사를 책임질 신사업 역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그린IT 분야를 차세대 성장 분야로 꼽고 ‘태양광 발전소 구축’과 ‘폐기물 자원화’ ‘에스코(ESCO)’ 사업을 꾸준히 밀어 붙이고 있다.
김 대표는 “통신망 컨설팅과 유지보수에서 그린 IT사업까지 포토 폴리오가 완성되면 단순한 네트워크 회사에서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다”며 “네트워크 분야의 리더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시장 전체에 비전을 심어 주겠다”고 힘 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