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 1년 디지털 전환]<하>정부 · 민간 협력해 시청권 확보 시급

 지난해 7월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 송출을 중단한 일본에서는 방송이 끊기자 약 17만 가구에서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NHK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디지털TV 보급률이 90%에 육박했지만 미처 디지털 지상파 수신 환경을 갖추지 못한 가구가 많았다. 미국은 두 차례 연기 끝에 2009년 6월 12일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 자료에 따르면 약 280만 가구가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례는 한국 지상파 디지털 방송 전환 사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몇 년에 걸쳐 홍보와 교육을 했지만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기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디지털 전환 추진을 위해 받은 예산 1265억원 중 안테나·컨버터 보조금 지원액이 4분의 3이다. 보조금 지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와중에 사업주체인 지상파 방송사와 정부 간 이견까지 발생했다. 지상파 방송사 측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 주장은 전혀 듣지 않고 있다”한 반면에 정부에서는 “자막고지에서 지상파와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테나·컨버터 보급도 더욱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삼성전자·LG전자 등 TV 제조사 대리점에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매장에서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재우 DTV코리아 사무총장은 “디지털 전환 시기를 6개월가량 늦추는 방안, 지원 센터보다는 유통 인프라를 갖추는 방안 등을 제시하는 학자도 있다”고 말했다.

 전환율 목표치를 높여 시청권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에서는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포함) 1700만 시청가구 중 지상파 디지털 전환율 2% 이하를 목표로 잡고 있다. 송 사무총장은 “디지털 전환 사업 대상인 아날로그 방송 직접수신 가구 대비 전환율을 따져야 시청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 영국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영국은 디지털 방송 전환과 함께 다채널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지털 지상파 직접 수신만으로도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날로그 방송에 비해 직접 수신율이 높다는 점도 알릴 필요가 있다. TV 광고나 가두 캠페인 뿐만 아니라 직접 디지털 방송의 장점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