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재난안전통신 자가망(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KT를 비롯한 기존 통신사업자의 망을 적정 대가를 주고 쓰는 게 자가망을 포설하는 것보다 효율적일지를 따지는 게 핵심이다.
잘한 결정이다. 5200만명(이동전화가입자)을 포괄하는 통신사업자 망이 있는데 혈세 1조원 이상을 들여 새것을 구축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행안부 자가망은 재난안전통신에 서너 개 부가·민원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데 그친다. 이 정도 쓰임새라면 굳이 자가망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통신사업자에게 맡기면 된다. 사업자 수익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보편적 통신서비스로 공익에 이바지할 정부의 책임까지 담아낼 수 있다.
가뜩이나 방송·통신용 전파(주파수)가 모자라는데 자가망에 쓸 주파수를 내어 달라는 행안부의 요구는 사실 무리였다. 재난안전통신으로 유사시에 대비하되 군대 훈련이나 작전처럼 일상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대처럼 따로 망을 구축하겠다고 고집할 까닭이 없다.
미국도 민간 통신사업자의 망을 공공 비상경보에 쓴다. 미 연방재난청과 통신위원회(FCC)가 2009년 말 중앙·주·지방정부가 발령하는 비상경보를 휴대폰 등에 전송하기 위한 표준을 채택했다. 이 표준에 따라 이동통신사업자가 모든 이통단말기에 ‘90자 이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체계를 확립했다. 벨소리뿐만 아니라 진동으로 경보가 도착한 사실을 알리게 법으로 정했다.
정부가 할 일은 이런 것이다. 자가망을 구축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더 많은 시민에게 재난안전 메시지를 보내는 게 목표 아니던가. 통신사업자와 협력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쓰임새가 적은 자가망에 큰돈을 허투루 쓴다는 지적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