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인물 포커스] 송재빈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원장

[G밸리 인물 포커스] 송재빈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원장

“일본, 싱가포르 등의 공인 시험인증기관들이 외국계 글로벌 시험인증업체에 인수된 것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시험인증기관도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언제 갑자기 해외 업체의 먹잇감이 될지 모릅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행정조직’에서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실전형 조직’으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송재빈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원장은 “국내 시험인증기관도 위기의식을 가져야만 외국계 시험인증업체와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겨룰 수 있다”며 “해외 인증업체와 적극적인 제휴, 국내 업체와의 해외 동반진출, 시험인증 인력의 전문성 강화 전략을 세워 글로벌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송 원장이 연구원의 약칭 ‘KCL’을 ‘Korea Conformity Laboratories’에서 ‘Knowledge Creation Leader’로 재정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글로벌 인증기관 치고 기관명에 나라 이름을 쓴 사례가 없다는 것.

 송 원장은 작년 말 조직을 크게 바꾸고 조직별로 책임과 권한을 대폭 위임했다. KCL아카데미, 미래사업본부, 보건환경연구소, 바이오융합연구소 등 조직을 신설했고 해외사업추진·목재연구·차수막·청사추진 등 4개 TF를 구성했다.

 특히 KCL아카데미 신설은 연구원이 시험인증기관에서 교육기관으로 외연을 확대했다는 의미에서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송 원장은 “새해 정부 최대 역점시책 중 하나가 창업 지원”이라며 “KCL아카데미를 통해 시험 적합성 교육뿐 아니라 창업 교육에도 발 벗고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동남아 국가의 공무원이나 시험인증 인력에 대한 교육도 실시해 해외 시장 진출에 유리한 환경도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부 전문 역량을 키우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분야별 ‘달인’을 선발해 포상하는 이벤트를 갖기도 했다.

 송 원장은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이번에 미래사업본부도 출범시켰다. “앞으로 태양전지, 마리나 및 해양레저, 건축용 방범자재,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성능 및 시험 평가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이들 분야의 시험 평가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 특히 송 원장은 4대강 사업, 마리나 확충 계획 등과 맞물려 보트, 소형 요트 분야 육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시험인증업무도 종전의 강제 인증업무 위주에서 과감하게 탈피할 생각이다. 특히 “국내 진출한 외국계 인증업체들은 국내 법률에서 규정한 강제 인증업무보다는 자율 인증 업무에서 보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는다”며 “우리 인증기관들도 독점적이고 법률적인 인증 업무에만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영역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이를 위해 시험인증 컨설팅 사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송 원장은 조직 구성원 간 화학적 결합에도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두개의 기관이 합해서 출범한 조직인 만큼 여전히 갈등 요인이 잠복해 있다”며 “직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기관의 합병 시너지를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사업장과 시험실 간 상호 방문과 지식 공유로 연구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