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에 대규모 낸드 플래시 라인을 진출시키기로 한 가운데 소재부품 협력사들이 동반진출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삼성전자의 협력사 선정과 구매 물량 등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구축키로 한 10나노대 낸드 플래시향 소재부품은 첨단 제품이어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중국 진출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 협력사들은 최근 삼성전자 중국 투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지 동반 진출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부지 선정과 공장 착공에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반도체용 기판 협력사인 삼성전기는 올 하반기 내년도 투자 계획을 수립하는 시기에 맞춰 중국 투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기는 중국 쿤샨 지역에 휴대폰용 기판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지만 반도체 기판은 국내에서 조달하거나 현지 라인을 신설해야 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라인 발주 물량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다면 현지 투자를 고려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는 올 연말께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재료 공급 업체인 제일모직도 현재로선 중국내 신규 투자 계획이 없다. 삼성전자와 중국 현지 라인 구매 물량을 협의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닌데다, 국내 반도체 사업장을 통해 현지로 납품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반도체 재료 전문업체들은 더욱 신중하게 고심하고 있다. 자칫 성급한 현지 투자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진쎄미켐은 이미 중국 상하이·베이징 등 4곳에 현지 공장을 갖고 있어 향후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미 반도체 스트리퍼 등 습식 재료 상당량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고,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감광액은 물량이 많지 않아 국내 조달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동진쎄미켐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전자 중국내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현지에서 증설 투자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반도체 세정액·식각액 업체인 솔브레인(대표 조진욱)은 당분간 추이를 봐가며 상반기 중 중국 생산라인 구축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솔브레인의 경우 중국내 첫 투자인 탓에 위험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부품·소재 업체들이 거대 고객사인 삼성전자 중국 진출 선언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온적인 데는 기술 유출에 대한 걱정도 크다. 범용성 습식 재료를 제외하면 감광액에서 슬러리 등 웬만한 반도체 소재는 첨단 기술을 요구한다.
국내 한 소재 업체 대표는 “반도체 재료 시장 선두이자 삼성전자 주요 공급사들인 일본 업체들 또한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 진출을 꺼린다”면서 “당분간은 현지 생산보다 한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조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