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열면서 아홉 번째 무역대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대한민국 앞에 놓인 세계 경제 전망은 불안하기만 하다. 상반기 선진국 불안 요소들이 해소되면서 하반기 회복기에 들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오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올해가 지난해보다 녹록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기 침체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연구개발(R&D) 투자에 더 많이 집중해 기술 역량을 더욱 높여야 한다. 불투명한 세계 경기는 모든 국가와 기업에 ‘불편한 진실’이다. R&D는 수출 경제 국가에 미래 먹거리를 가져다주는 원동력이다. R&D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지렛대다.
이명박 대통령도 새해 연설에서 중소기업, 창업, R&D를 산업 관련 3대 키워드로 제시했다. 세계 경기 침체 극복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지원에 좀 더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자신문은 ‘새해 새설계-공공기관이 함께 뛴다’ 시리즈에서 중소·중견기업 뒤에서 기술 육성과 발전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장들을 만나 새해 포부와 주요 사업 계획을 들어본다.
“역량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강소기업 기반 조성에 힘을 보탤 것입니다.”
최평락 전자부품연구원(KETI) 원장은 “올해는 불확실한 국내외 환경 요인으로 연구원 경영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무엇보다 중소벤처기업 협력·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출연연구소가 아닌 전문생산연구소로서 중소기업 기술혁신과 기술 상용화 지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지난해 선정한 차세대 지능형센서 등 10대 전략 기술을 올해 중점 연구개발하고 향후 각 분야에서 획기적 연구 성과를 내놓겠다는 각오도 피력했다. 이를 중소기업 등에 기술 이전해 오는 2020년 무역 2조달러 달성에 기여할 계획이다.
-KETI가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간의 업무 성과를 평가한다면.
▲2011년은 KETI 창립 20주년이었습니다. KETI는 지난 19년 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 덕분에 인력·예산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IT 전문생산연구소 시각에서 중소기업 지원성과를 되돌아보면 내세울 게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를 ‘10년 후 재도약을 위한 준비 원년’으로 삼았습니다. 연구원 기본 방향을 자립, 자강, 상생 정신으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역점을 기울였습니다. ‘기업과 함께, 기술로! 세계로! 미래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중소·벤처 기업 기술 혁신 활동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KETI가 개발한 52건 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중소기업 189곳이 개발한 제품 신뢰성 시험을 4363건 지원하고 중소기업 103곳이 고민하던 제품 불량을 2172건 해결했습니다.
자회사 케티파트너스를 지난 5월 설립해 중소벤처기업 기술 사업화와 인력 양성도 본격 진행했습니다. 케티파트너스는 KETI가 보유한 IP, 인력, 자산 등을 활용해 중소기업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국제협력네트워크도 확충해 글로벌 R&BD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 해외 진출 지원 능력을 제고했습니다. UCSD와 시스템반도체 R&D를 공동 진행하기로 하는 등 우수 해외 연구기관과 국제 공동 R&D 협력 MOU 교환 건만 15건에 달합니다.
-임진년 새해를 맞이한 각오는.
▲KETI 경영에 많은 변화가 불어닥칠 전망입니다. 정부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에 따른 전문생산연구소 위상 변화가 대표적입니다. 정부 R&D 과제 참여율 제한 강화 등으로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KETI는 창의적 도전과 변화를 바탕으로 전문생산연구소 모델을 재정립하고 역할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 것입니다.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 KETI가 대한민국 최고 수준 역량을 가진 곳으로 평가받는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는 연구원이 될 것입니다.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등 해외 유수 대학과 정보 및 기술 인력 교류를 본격화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자 합니다. 중국 정부 표준기관과 협력해 국내 기술을 중국 표준에 반영하는 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계획은 무엇인지.
▲오는 4월 KETI 시스템반도체 연구본부가 판교 글로벌 R&D 센터에 입주합니다. 이를 계기로 경기·수도권에 소재한 시스템반도체 기업을 육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시스템반도체 관련 상용화, 사업화, 일자리 창출에 일조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HW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올해부터 새롭게 부상하는 SW 분야 연구개발을 한층 강화할 계획입니다. 임베디드SW 융합연구센터, SW 디바이스연구센터, 모바일융합 플랫폼 연구센터 등 SW 연구조직을 구축해 SW 연구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입니다.
융합IT 산업 육성에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허밍만으로 원하는 K-팝을 검색하는 차세대 음향, 미용과 IT를 결합한 스마트 뷰티 등 다양한 융합IT 산업 기술을 상용화해 새 시장 형성을 지원할 것입니다. 스마트그리드, 차세대 전지 등 그린IT 분야에서도 성과 창출을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인력, 장비, 개발 등 풀 패키지 지원시스템을 구축해 KETI만의 동반 성장 R&D 모델을 정립할 것입니다.
-타 연구기관에 비해 정부 지원이 약한 편인데 자립도를 높이는 계획은.
▲출연연은 인건비 등 경상비 지원과 함께 묶음예산(R&D Block Fund) 배분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는 체계로 안정적인 기반이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KETI는 주 수입원인 정부과제를 공개경쟁(PBS) 수주만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정부 연구개발 참여율 100% 제한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힘든 상황입니다.
정부가 소재부품 분야에 특화된 전문생산연구소 기능 활성화를 지원해 부품소재 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KETI는 나름대로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자구 노력을 펴고 있습니다. 기업 수탁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자립형 연구기관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기술이전 체계도 개선할 것입니다. 연구성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R&BD 성과확산체계를 개선하고 보유 기술 IP를 최대한 중소기업 등에 이전하는 타깃 마케팅을 추진하겠습니다.
지난해 5월 창업한 자회사 케티파트너스 외에 제2, 제3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정부 연구개발 참여율 100% 제한에 대한 생각은.
▲국가 연구개발 사업 참여율 제한 규정은 연구 인력에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해 질적 성장을 유도하고자 하는 정부의 R&D 정책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여율 100% 제한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연구 성과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유도할 수 있는 반면에 우수 연구 인력이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우수 연구인력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인력 개인별 참여 제한 비율을 기존 100%에서 130~150%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연구인력 중 우수 연구인력 비중이 낮은 기관은 개인 참여율 100%를 달성하지 못하는 연구 인력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KETI 미래 모습을 그려본다면.
▲창립 30년 후 KETI가 초일류 수준은 아니어도 세계적 수준 IT 전문기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글로벌 R&BD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강소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이 방문해 인력양성 지원을 요청하는 등 지구촌 기업을 지원하는 유수연구기관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최평락 원장 프로필>
△ 최평락(1955년 4월)
△ 학력 사항
- 2001년 3월~2007년 2월 경희대학교 대학원
- 1995년 1월~1996년 12월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대학원
- 1978년 2월~1981년 2월 연세대 대학원
- 1974년 3월~1978년 2월 연세대(행정학)
- 1971년 3월~1974년 2월 서울고
△주요 경력
- 2009년 5월~현재 전자부품연구원 원장
- 2010년 1월~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후보회원
- 2011년 9월~현재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겸임교수
- 2008년 6월~2009년 2월 특허청 차장
- 2007년 10월~2008년 3월 산업자원부 기간제조산업본부장
- 2007년 2월~2007년 10월 산업자원부 재정기획관
- 2004년 8월~2006년 2월 산업자원부 국제협력투자심의관
- 1999년 7월~2002년 3월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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