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펜 기술이 날개를 달았다. 삼성이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에 첫 적용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제로는 삼성에 앞서 전자펜 기술을 선보인 업체다. 그것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김희정 바이제로 대표(45)는 “시장 흐름을 앞서 읽었을 따름”이라며 겸손해하면서도 “올해는 바이제로가 확실히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제로가 개발한 전자펜 소프트웨어 ‘스튜디오 아이’는 이미 애플 마니아 사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스튜디오 아이는 아이패드에 직접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술”이라며 “자연스러운 글씨체가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전자펜은 이미 세계적으로 꽤 많은 업체가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까다로운 애플 마니아가 열광하는 이유는 터치감과 글씨체 때문입니다. 전자펜 기술은 엇비슷해 보이지만 일반 필기구처럼 자연스럽게 글씨체를 구현하는 게 핵심입니다. 종이 노트에 연필로 글을 쓰듯 전자펜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바이제로가 유일합니다.”
바이제로는 이스라엘 업체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스튜디어 아이를 독자 개발했다. 개발 기간만 1년을 투자했다. “전자펜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일본 와콤 기술입니다. 삼성전자 ‘S펜’에서 차용한 기술로 주로 하드웨어 제품과 패키지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카메라 방식으로 특수 종이에 쓰면 이를 인식하는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사용에 제약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벤처가 개발한 기술로 초음파를 활용합니다. 초음파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정확도를 높이고 세밀한 표현도 가능합니다.” 한 마디로 가장 앞선 기술을 활용해 제품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원래 전자부품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전자펜 매력에 푹 빠져 창업을 결심했다. 기술은 문외한이지만 전자펜으로 쓴 글과 그림은 PC와 휴대폰으로 보낸 문자와 달리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수성에 호소해 인기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예상은 그대로 적중해 유럽 최대 가전 유통 브랜드 ‘텔레풍켄’과 제휴해 유럽 전역에 판매를 시작했다. 유럽 전역에 870여개 매장을 가진 미디어마트에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특별상품으로 공급했다. 일본 시장도 진출했다.
김 대표는 올해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올해 초에 전자서명법이 정식으로 통과되면서 전자사인이 법적 효력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보험회사와 서비스를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김 대표는 “보험사 뿐 아니라 교육과 의료·법률 등 각 분야에서 큰 관심을 보일 정도로 전자펜 시장은 열려 있다” 며 “IT에 앞선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만 만들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