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 기기 두께 경쟁에 다시 돌입하면서 올해 7㎜대 스마트폰·스마트패드가 등장할 전망이다. 양사는 지난해 8㎜대를 놓고 박빙의 접전을 펼친 데 이어 새해 7㎜대 제품을 먼저 내놓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최근 7㎜대 두께 구현을 목표로 차세대 스마트폰·스마트패드(태블릿PC) 개발에 나섰다.
애플은 ‘신글라스’ 공정 기술로 올해 7㎜대 두께의 아이패드3와 아이폰5를 출시할 계획이다. 신글라스는 유리기판에 화학약품을 뿌린 뒤 폴리싱(연마) 처리로 두께를 줄이는 공정이다. 애플은 커버에도 유리를 사용하는 등 경쟁사보다 유리기판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두께와 무게를 줄이는 데 신글라스 공정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앞서 아이패드2 두께를 8.8㎜로 줄이기 위해 LCD기판과 터치스크린패널(TSP)에 신글라스 공정을 적용한 바 있다.
보통 원판 유리 가공업체는 0.5㎜ 기판을 공급하는데, 애플은 신글라스 기술로 40% 깎아낸 0.3㎜짜리 기판을 사용한다. TSP용 인듐주석산화물(ITO) 글라스도 20% 식각한 0.4㎜ 제품을 활용한다. 아이패드3 개발에 착수하면서 애플은 0.25㎜ LCD 기판 유리를 처음 적용했으며, 아이폰5에는 0.2㎜ 두께 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협력사 관계자는 “유리기판이 얇아질수록 가공하기 어려워 충격·진동 방지 공정 구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이전 모델보다 공정 수율을 안정화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판 유리에 집중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반도체·전자부품 크기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갤럭시S3를 7㎜대 두께로 구현하기 위해 세계 최소형인 0.1㎜ 이하 높이의 BtoB(Board to Board) 커넥터를 처음 적용한다. MLCC 등 칩 부품도 기존 제품보다 10~20% 부피가 줄어든 제품을 사용한다. 갤럭시S3에도 이전 제품과 같이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일체형 터치인 OCTA가 적용된다. 올해 출시될 갤럭시 시리즈 모델에는 얇은 두께를 구현할 수 있는 커버유리 일체형 TSP(G2)도 두세 모델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기 모델 출시 일정과 기술 규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의 눈>
양사가 스마트 기기 두께 경쟁을 벌이는 것은 두께가 그만큼 제품 차별화포인트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CES에서 화웨이가 6㎜대의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전문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두께와 디자인, 성능 모두를 만족시킬 기업은 역시 삼성전자나 애플이기 때문에 양사 차세대 제품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7㎜대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 회로 및 기구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7㎜대 두께에서 오류를 줄이기 위해 하드웨어를 1년 이상 연구했고, 일부 최소형 부품은 애플보다 먼저 적용했다. 지난해 아이패드2 때문에 갤럭시탭 두께를 다시 줄여 재출시해야 했던 실수를 다시 하지 않겠다는 게 삼성전자 의지다.
제품 완벽성을 추구하는 애플이 과연 몇 ㎜대 두께의 아이패드 3, 아이폰5를 출시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너무 두께를 줄이면 그만큼 수율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기업들이 애플 요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