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희토류를 둘러싸고 벌이는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물량을 줄이자 일본은 다른 국가로 눈을 돌렸다.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중국의 공세에 일본은 희토류를 쓰지 않는 신기술 개발로 맞섰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2015년까지 희토류 생산량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희토류를 가공한 영구자석 판매를 5년 내에 3배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재료가 아닌 가공품을 수출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판단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가는 일본이다. 희토류 중 네오듐과 디스프로슘은 일본의 미래 먹거리인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 생산에 꼭 필요한 재료다. 하드디스크(HDD)에도 들어간다. 더욱이 디스프로슘은 99% 중국에서 나온다. 시장은 커지는데 만들 재료가 없는 셈이다.
당장 영구자석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하드디스크 영구자석 가격은 1g에 최고 6000원에 거래됐다. 3분기보다 3배 정도 비싼 금액이다. 히타치금속 등 영구자석 업체는 가격 협상 기간을 반기에서 분기로 줄였다. 가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조치다.
일본은 공급선을 다른 국가로 돌렸다. 지난달 말 정부 차원에서 인도와 협력해 희토류 광산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중반부터 수입을 시작해 전체 희토류 수요의 10%를 인도에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기업 중에는 히타치금속이 미국에 영구자석 공장을 신설한다. 희토류 수급도 미국과 캐나다에서 충당해 내년 4월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스미토모상사는 칠레에서 희토류 광산을 개발 중이다. 2014년 이후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은 이에 규제 강화라는 반격 카드를 꺼냈다. 올해부터 디스프로슘 수출 제한을 총량에서 품목 별로 바꿨다. 디스프로슘으로 일본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영구자석 업체에 중국에 진출하라는 제안도 보냈다. 기술을 이전을 꾀하는 노림수다.
일본은 기술로 맞섰다. 아예 희토류가 필요 없는 모터 기술을 속속 내놓았다. 하드디스크 모터 세계 1위 업체 일본전산은 희토류 대신 전기로 돌리는 ‘SR 모터’를 개발했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에 사용 가능한 출력을 낸다.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쓰비시전기도 전자석 원리를 응용해 희토류를 쓰지 않는 자동차용 모터를 만들었다. 일본 정부 연구기관인 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가 미쓰비시전기를 도왔다. TDK는 디스프로슘 없이도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14년 이후 상용화에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나 IT제품이 핵심 산업이다. 희토류 수급이 불안하면 우리나라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일본의 신속한 희토류 대응 정책 및 기술 개발은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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