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연연 법인 통합, 서두를 일 아니다

 19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1개 법인(국가연구개발원)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험난하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이관될 기관별 기능 수행 방안부터 제대로 논의해야 할 마당에 ‘통합부터 몰아붙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일관성 있는 정책 관리 체계를 바랐을 뿐 무리한 법인 통합을 요구한 게 아니라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측은 “출연연별 역할과 기능적 특성을 무시한 채 토목공사를 하듯 (통합을) 밀어붙인다”고 반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력 문제 등을 감안해 별도 법인으로 놓아두라는 요구다. 정정훈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장도 “국과위 같은 범부처 (과학기술) 정책 조정기구가 필요하되 (출연연 통합) 비전과 나침반부터 내보여야 한다”며 “법인 통합안에 연구계가 납득할 만한 기준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출연연 통합에 관한 대통령 업무 보고까지 마쳤음에도 연구계 반응이 이렇다면 단추를 잘못 꿴 게 맞다. 현장 연구원의 85%가 통합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까지 나왔다. 단순히 예상되는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 정도로 그냥 덮고 갈 문제가 아니다.

 임기철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은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통합 관련 법안을 마련한 뒤 시행령과 기관별 정관을 알차게 꾸리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3년이나 고민한 내용을 두고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통합안에 대한 공부(이해) 부족 때문”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통합 법인에 빠지는 출연연도 있고 그 기준 또한 명확하지 않다. 통합 이후 문제점과 그 대책 논의도 실종됐다. 정책 입안자는 출연연과 더 소통해야 한다. 정작 중요한 출연연 방향 논의 없이 일단 합쳐놓고 생각하자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