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한 · EU FTA 발효, 그 이후

[ET단상] 한 · EU FTA 발효, 그 이후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 부회장 y@koami.or.kr

 

 오늘날 세계 각국은 정치·경제적 이유로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를 경쟁적으로 체결하면서 경제영토 확장에 여념이 없다. 최근 일본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선언했다. 세계 교역 50% 이상이 FTA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수출 의존 경제가 자칫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한·칠레 FTA 발효를 필두로 싱가포르,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 페루, EU와 FTA 체결했다. 한·미 FTA 발효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수출 3분의 1 이상이 FTA를 통해 이뤄지게 됐다.

 관세청 발표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EU FTA 발효 이후 대EU 수출입은 견조한 증가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기계 대EU 수출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10.3% 증가했고, FTA가 발효된 지난해는 11월까지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41.2%, 수입이 22.9% 각각 증가했다. 이는 국내 일반기계류·부품 등 수출기업들이 FTA 발효와 함께 관세철폐 및 인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EU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등 교역조건 악화에도 FTA가 교역확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범정부 차원에서 주요 수출기업에 대한 인증수출자 지정을 조기에 완료하는 등 이행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해 온 것도 여기에 한몫했다. 한·EU FTA가 우리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무역확대와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로 인해 중소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즉, 나라마다 FTA 협정 내용이 달라 원산지 규정과 통관 절차 등을 따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인력 낭비가 생기는 이른바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를 우려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기계업종은 중소기업이 대다수고, 제품 특성상 많은 부품이 존재하기에 원산지 증명과 관련된 업계의 어려움이 크다. 원산지 인증수출자 자격 획득, 원산지기준 충족 검증 등을 위한 시스템 구축 비용문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무역협회 등에서 FTA 활용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업종별 단체는 예산과 인력의 부족으로 기업들을 상대로 FTA 활용을 위한 적극적인 사업개발 및 추진에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에서 EU나 미국 시장에 대한 정보수집 능력이 아직 부족한 것도 걸림돌이다.

 현재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각 부처 및 관계기관별로 협력 시스템을 갖춰 나가고 있다. 관세청은 원산지 프로그램인 ‘FTA-PASS’를 개발해 업체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각 FTA별 원산지검증 방법과 절차를 상세히 담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FTA 특혜관세, 비관세장벽, 시장정보 등 무역정보를 국가별, 품목별로 통합 연계한 DB를 구축 중에 있다. 우리 업계는 이러한 정부의 지원시책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미 FTA 발효를 앞둔 작금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문제에만 얽매여 사본축말(捨本逐末)의 우를 범할 수는 없다. 이미 지난 7월 한·EU FTA 발효로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는 시작됐다. 민·관 협력으로 치밀한 준비를 통해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고 이를 잘 활용함으로써 무역창출과 산업구조 고도화로 선진 산업강국과 무역대국으로 가는 디딤돌로 삼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