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 yoojs1321@kitri.re.kr
국내 정보보안 실태를 보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은 열악하다 못해 무관심한 상황이다. 옥션, 네이트 등 개인정보 유출 사건, 그리고 현대캐피탈과 농협 등 국가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금융권 정보보안 사건들을 접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관점에서 정보보안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나 중국발 해킹 시도가 빈번해지고 이로 인한 국가적 피해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정보보안 문제가 국가경제와 안보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기에 충분하다.
개인이 스스로 자신과 관련된 정보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보보안 전문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정보보안 인력양성은 단순한 구호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정보보안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전문가들 자문을 받아 자료를 만들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주무부처 공무원들과 직접 만나고 토론하면서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적 밑바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정보보안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단기 교육과정의 개설이나 일시적인 지원만을 통해서 이뤄지지지 않는다.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교육 대상은 어떤 사람이며 그들에게 무엇을 교육시켜 어느 분야에서 역할을 맡게 할지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지원해야 한다.
특히 정보보안 엘리트의 양성이 필요하다. 체육 분야가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스포츠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엘리트 체육 정책이었다. 엘리트 체육인들이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국제적 경쟁력이 높아지고 국가 위상 제고에도 도움이 되었다.
정보보안 분야는 한명의 해커가 순식간에 정보시스템을 무력화할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정보보안 전문가 한명이 다수 해커에 의해 수행되는 공격을 막을 수도 있다. 그들 하나하나가 창조하는 경제적 가치는 수백, 수천억 국가예산이 소요되는 국방비와 비견할 수 있다. 따라서 악의적인 수많은 해커들에 대항할 수 있는 정보보안 분야 엘리트(Best of Best) 인재들을 육성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IT산업 및 정보보안 분야를 둘러싸고 있는 제반 환경들은 우수한 인재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막고 있다. 특히 정보보안 분야는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 사회적 이슈화 정도, 학습 내용의 흥미도 및 결과물의 성취감 등에 있어 학습자를 자극하는 요인이 많이 있다. 하지만 노력에 대한 보상과 그에 따른 사회적 위상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재들을 정보보안 분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국가가 나서서 그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이 분야를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원과 더불어 정보보안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제대로 만들어진 교육과정이 마련된다면 투자대비 엄청난 사회·경제적 효과를 유발시킬 수 있다.
IT가 제공하는 여러 가지 편의성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이 바로 정보보안이다. 따라서 머지않은 시기에 정보보안 경쟁력은 국민 생활의 질을 측정하는 행복지수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될 시기가 올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정보보안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