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온라인저작권침해금지법(SOPA)과 지식재산권보호법(PIPA) 제정 반대 시위를 시작한다.
위키피디아 설립자 지미 웨일스는 SOPA와 PIPA 법제정 반대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오는 18일(현지시각) 24시간 동안 영어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지난해 12월 14일 트위터를 통해 SOPA 반대 의미로 영어 서비스 중지할 수 있다고 밝힌 지 한 달여 만이다.
위키피디아는 283개 언어를 기반으로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2500만명에 이를 만큼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개방과 공유라는 인터넷 정신을 대표하는 사이트인 만큼 위키피디아 반대 운동 동참은 파장이 클 전망이다.
현재 SOPA와 PIPA 법안은 미 의회에 계류 중이다. SOPA 법안은 지난해 10월 하원에 제출됐고, PIPA 법안은 상원에 상정돼 24일 표결을 앞두고 있다. 구글 등 인터넷 업계는 이 두 법안이 인터넷과 지식산업 압살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에 콘텐츠 저작권 보호에 사활을 건 미디어 업계는 법 제정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두 법안은 미국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불법 저작물이 해외에서 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됐으나 법 제정 과정에서 내부 비판에 직면했다. 저작권을 침해한 웹 사이트를 정부가 강제 폐쇄할 수 있는 규정이 SOPA 법안에 포함돼 있다. 포털 등을 위시한 인터넷 업계는 이 법이 시행되면 지식산업과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논란을 증폭시킨 것인 백악관이 지난 14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SOPA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다. 이에 루퍼드 머독 뉴스코프 회장을 비롯, 미국영화협회 등이 백악관을 힐난하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찬반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머독 뉴스코프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실리콘밸리 돈줄들과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며 “영화를 공짜로 스트리밍 서비스하면서 광고 수입을 챙기고 있는 구글은 해적 앞잡이와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제는 이 법안이 업계 이익 다툼을 넘어 개인정보보호 이슈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저작권 침해 사이트를 도메인네임시스템(DNS)에서 ‘통보 없이’ 삭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IP주소까지 삭제하려면 정부가 줄곧 데이터 패킷 거래 내용을 감시해야만 한다. 결국 개인의 통신 이용을 감시하는 침해가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로 19일 사이트 폐쇄가 예정된 레딧 창업자 알렉시스 오헤니언은 “DNS까지 차단하는 것은 결국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면서 “의회도 이 문제를 이미 알고 있는데 법안을 강행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SOPA 및 PIPA 법안 추진 경과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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