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이 혁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은 드물다. 혁신은 기업 지속 성장의 필요조건이지만 그만큼 험난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은혜 KT GMC 전략실장(41)은 “결국 소통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혁신을 위해서는 조직 문화가 중요합니다. 인재가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상하좌우로 막힘없이 통해야 합니다.”
김 실장이 맡고 있는 GMC는 ‘그룹미디어커뮤니케이션’으로 조직 문화를 쇄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010년 12월 KT에 합류한 그는 ‘GWP(Great Work Place)’를 기치로 새로운 ‘KT식’ 소통 문화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KT로 부임당시 ‘낙하산 논란’으로 적지않은 홍역을 치렀지만 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1년을 보냈다. 그리고 어렴풋이 새로운 ‘뉴KT’ 조직문화의 밑그림을 그렸고 자신감도 붙었다. “KT는 이미 민영화한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공기업 문화가 남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장점일지 모르겠지만 변화가 빠른 통신시장에는 맞지 않습니다. 지금은 개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으고 직원 스스로 목표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김 실장은 GMC를 맡으면서 제일 먼저 조직 문화를 진단하는 작업부터 착수했다.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전 사원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와 계층별 포커스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 직원의 51%인 1만6000여명이 설문 조사에 응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았다.
김 실장은 “진단 결과를 단순히 보여주기가 아닌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며 “변화 당위성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 결과 GWP비전 달성을 위해 9대 과제와 37개 세부 행동 강령을 선정했으며 이를 중심으로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에 나섰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자체 평가 결과 직원의 업무 몰입도가 몰라볼 정도로 향상됐으며 무엇보다 과거 KT와 달리 열린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만들어졌다. “보이지 않았던 불통의 벽이 무너진게 가장 큰 성과입니다. 젊은 직원 중심으로 자유롭게 의견 제시가 이뤄지는 등 밑에서 의견이 올라오는(Bottom-up) 문화가 자리잡았습니다. 신입사원이 직접 아이디어를 CEO에게 보고할 정도로 소통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업무 처리와 의사 결정 시간도 짧아져 역동적인 조직을 위한 기반이 잡혔습니다.” 외부 평가도 좋아 지식경제부와 GWP코리아에서 지난해 6월 GWP 1위 기업으로, 능률협회에서는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뽑혔다.
김 실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일하는 방식에서는 ‘3S(Speed·Simple·Smart)’, 소통 방식에서는 ‘3기(듣기·말하기·보기)’를 골자로 새로운 목표를 수립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시스템과 프로세스, 소통 문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변화를 추진했다” 며 “올해는 직원 마음 가짐, 태도 등을 자극해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확실히 완성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