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등장하는 야동만 골라낼 수 있을까?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요구하는 법률에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18일 관련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통과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오는 3월 시행되며 아동 음란물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 등 일부는 9월 시행된다.

 문제는 아동 음란물을 인식하고 삭제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가 무엇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음란 동영상 필터링 기술은 있지만 아동이 등장하는 영상물을 골라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동 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해 주의를 충분히 기울였거나, 음란물 차단이 기술적으로 현저히 어려운 경우 등은 예외로 두었지만 여전히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우려다.

 업계가 특히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은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규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요한 기술적 조치 수준이나 범위 등이 불명확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매개자인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기술적 조치와 그에 따른 형사처벌까지 규정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소년 보호’라는 대의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질까 우려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 법이 형사 입법 원칙을 어겨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온라인 사업자가 지켜야 할 의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범죄 구성 요건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따르게 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기술적 조치가 실질적으로는 상시적 모니터링과 이에 따른 내용 규제로 이어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

 황창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범죄 구성 요건 내용을 완전히 대통령령에 위임했다는 점과 기술적 조치 내용이 불명확해 형사상 명확성 원칙을 위배했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청소년 보호란 대의에 비해 입법 원칙이나 국민 기본권 고려가 부족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강정민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은 “기술적 조치 내용을 명확히 하고 위헌 논란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문가 의견을 들으며 시행령 내용을 조정 중”이라며 “다음 달 중순께 전체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