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경험하지 못한 TV 전쟁

[데스크라인] 경험하지 못한 TV 전쟁

 올 한해 세계 가전 흐름을 보여줄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2012가 지난주 폐막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세계 최초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더욱 진화한 스마트 TV 등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소니, 파나소닉을 비롯한 일본기업들과 중국 기업들도 다양한 TV 및 스마트기기 등을 선보였지만 국내 기업과 수준차이는 분명했다. 예상했던 대로 OLED TV는 세계 주요 미디어는 물론 주최 측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CES2012 화제작으로 부상했다.

“일본은 힘이 빠졌고 중국은 열심히 하지만 아직 우리를 쫒아오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이건희 회장의 지적대로 CES 2012 행사에서 주연배우는 국내기업이었다.

 그러나 뭔가 찜찜하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애플이 참가하지 않은 탓이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는 차치하고라도 TV 역시 이제 애플 영향권에 놓여 있다. 애플의 TV전략은 여전히 베일 속에 쌓여 있다. 언제 출시할지, 어떤 제품인지 애플은 묵묵부답이다. 애플 TV에 대한 보도가 하루에도 수 없이 쏟아지지만 상당부분은 업계에 회자되는 소문에 불과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꼴이다.

 우선 다행인 것은 애플 TV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국내 기업 제품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나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양산할 OLED 패널 생산 규모는 내부용으로도 부족하다. 앞으로 상당기간 애플에게 돌아갈 몫은 없다. 4~5mm에 불과한 OLED TV 두께는 LCD로서는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다. 응답속도, 색재현율 등 화질에서도 OLED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올해 판매될 OLED TV는 세계 TV 시장의 0.1%에도 못 미친다.

 국내 기업과 애플은 결국 LCD TV에서 경쟁하게 된다. LCD TV를 놓고 봤을 때 하드웨어 성능 차이는 크지 않다. 애플은 결국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 역시 소문에 불과하지만 애플이 세계 유력 TV업체와 협상 중이라고 한다. 업계에서는 이미 유로스포츠 독점협상설까지 나온다. 킬러콘텐츠로 무장한 애플 TV는 가장 무서운 시나리오다.

 국내 업체들도 무기가 많다. OLED 패널도 그 중 하나다. 수십 년간 TV사업을 해오면서 확보한 특허도 요긴하다. 비록 스마트폰에서는 선공을 당했지만 TV에서는 다른 모습이 예상된다.

 최종 승부는 결국 소비자에 의해 결정된다. 특허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는 승부를 좌우하는 여러 변수일 뿐이다. 누가 소비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상대는 소니나 중국기업이 아닌 애플이다. 단숨에 MP3,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시장을 장악한 최강의 IT기업이기도 하다. 경험하지 못한 TV전쟁이 성큼 다가왔다.

 유형준 부품산업부장 hjy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