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록 교수의 창조정신 후츠파로 일어서라]<7>칠흑속에서도 그림자를 찾는 방향 감각

 서기 70년 성경의 예언대로 예루살렘 성은 로마에 의해 초토화된다. 유대인들은 그 이후 2000년에 걸친 혹독한 방랑의 시련을 거쳐 마침내 1948년 우리와 같은 해에 팔레스타인에 독립국가를 건설한다. 그동안 수 많은 박해와, 위협, 학살 등으로 점철된 고난을 거치는 동안 단 한 번도 굴하지 않고 선민의식과 유대교라는 유일신 종교 그리고 문화를 지켜왔다. 그들은 어쩌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그림자를 찾아내어 방향을 알아내는 뛰어난 감각을 가졌다고 치부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유일신을 믿는 그들은 비록 떠도는 신세였으나 선민의식으로 타 종교와 타협 할 수 없었다. 청교도적 삶을 추구하는 기독교인들이 천하게 여기며 외면했던 돈 관리(고리채, 부동산, 다이어몬드 등) 중심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유전자가 되어 박히게 된다.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고 생존을 위한 수단은 오직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블루오션을 지향 하는 길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따라서 이들의 방향감각은 가히 동물적이랄 수밖에 없다. 미리 가서 기다리고 먼저 점하는 선견선점이 그것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최고과학실에서 트렌드에 맞춰 10년 단위로 예상되는 핵심 기술을 육성하고 시기를 기다려 보란 듯이 블루오션을 독점해 유유히 항해하는 것이다. 해수의 담수화 특허, 원자력 안전기술, 인터넷 보안기술이 좋은 사례이다.

 지금 그들은 수명 100세 시대를 열어가는 예방의학을 선도함과 동시에 더 길어진 노년기를 대상으로 한 웰빙산업을 장악해가고 있다. 현재 세계 바이오·헬스 융합시장의 70%를 이들이 장악하고 있다. 히브리대학의 1년 특허수익 1조2000억원의 50%가 의약품 관련이다. 이들 블루칩 산업은 인풋은 아이디어이고 아웃풋은 주로 조 단위의 부가가치로 드러난다.

 세계 인구의 0.1%를 차지하는 이 나라의 비즈니스는 99.9%의 시장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기업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조건이거나 아니면 외국 기업에 M&A하는 조건으로 투자를 유치한다. 나스닥의 경우 미국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기업의 40%가 이스라엘 기업이라는 것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지식경제의 트렌드는 제품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것에서 탈피해 서비스,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축사료에서 출발한 핸드릭스는 질병을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판매하는 것에서 최종적으로는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백신회사로 진화하여 지속 성장을 하고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생산하는 ICI 는 폭약을 땅 속에 여러 각도로 매설해 수만 번의 폭발과 그 반사파를 분석하여 땅속을 마치 크리스털 들여다보는 것처럼 투명하게 보는 눈을 갖게 됐고 지금은 세계 최고의 지질 탐사회사로 변신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트렌드의 선점과 거기에 정렬된 방향성은 지속가능성장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노벨상을 13개나 배출한 벨연구소를 거느렸던 세계 최고의 전화회사 AT&T와 미국에서 두 번째인 월드콤이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문턱에서 지난 10년 사이에 지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제 방송산업의 차례다. 1980년 미국의 케이블 보급률이 70%를 넘어서는 순간 CNN이 탄생했다. 그 후 32년이 흐른 지금 전 세계의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됐다. 이제 CNN(Cable News Network)이 아닌 INN(Internet News Network)을 상상해 본다. 수백 명의 특파원이 전 세계를 누비며 취재를 하고 뉴스를 미국 애틀란타로 보내는 무거운 모델(CNN)이 아니라 세계 방송사업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모두 모아서 인터넷방송망을 통해 서로 나누어 갖는 모델(INN)이 더 경쟁력이 있을 지도 모른다. 타임워너 그룹에서 가장 큰 적자를 본다는 CNN의 모델도 거시적 트렌드 관점에서 살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KT가 INN 사업모델 관련하여 세계 주요국에 특허와 인터넷 도메인을 확보했다는 점은 다행이다.

 이처럼 예민한 방향감각과 생존본능이 가해지면서 유대인의 도전정신 후츠파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세계 100대 하이테크 기업의 75%가 이스라엘에 연구소나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만약 이들이 취약한 안보를 이유로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 한다면 국가경제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들은 21세기 첫 10년 동안 레바논과의 두 차례 전쟁을 치렀다. 세계 언론은 전쟁기사를 쏟아냈지만 적어도 이스라엘 기업의 전 세계 고객은 전쟁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 없었다. 그들은 하루 8시간 일하던 것을 자발적으로 18시간으로 늘렸고 품질관리를 더욱 혁신했으며 납기를 오히려 당기기도 했던 것이다. 이스라엘이 두 차례에 걸쳐 레바논과 힘겹게 싸우는 동안에도 전 세계의 고객은 이스라엘 전쟁을 느낄 수 없었다.

 산업경제와 지식경제의 경계선상에서 우리의 청년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빛이 약한 어둠 속에서도 그림자를 볼 수 있는 눈을 갖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희미한 그림자를 통해 방향을 찾는 길은 무엇인가. 절박함을 디딤돌 삼아 조금 더 당돌하고 뻔뻔해지는 것이 아닐까.

 윤종록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jonglok.y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