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주 한국이스라엘산업연구개발재단 사무총장 kimhj@koril.org
우리 주변에는 여러 종류의 지도가 있다. 한국지도, 세계지도, 해저지도, 산악지도 등등 다양한 지도가 존재한다. 최근 자주 들어보지 못한 지도를 하나 발견해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혁신지도(World Map of Innovation)’가 그것이다. 이 지도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것으로 세계 각국의 혁신의 성과를 집계해 지도로 작성한 것이다.
세계혁신지도를 보면 각국의 혁신 성과가 국가별 영토 크기로 표현돼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혁신영토보다 약간 크고, 중국 영토에 비해서도 1.5배정도 크게 표현돼 지난 수십년간 기술혁신을 위한 우리 과학기술인의 열정과 성과를 느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이스라엘의 혁신영토가 우리나라 혁신영토 크기와 거의 유사한 정도로 돋보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왜 770만명의 인구와 강원도 크기의 영토를 갖고 있으면서도 세계혁신지도상 강대국에 준하는 혁신영토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최근 자료를 살펴보면 이스라엘은 GDP 중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5%로 세계 1위이며, 또한 나스닥 상장 회사 수가 63개로 세계 1위 수준이다.
인구 1만명 당 과학기술자 수도 140명으로 세계 최다이며, 유대인은 세계 인구 약 0.19%(1300만명)에 불과하지만 유대인 노벨상 수상자는 총 178명으로써 전체의 22.3%를 차지한다. USB 메모리, 인터넷 메신저, 압출파일, 방울토마토, 캡슐형 내시경 등의 혁신기술이 모두 이스라엘에서 탄생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기업 규모를 키우는 정책이 아닌 창업지원 시스템에 정부 정책이 맞춰져 매년 1000여개의 강력한 벤처기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벤처기업을 일구는 하이테크 창업이 가장 존경받는 일이 된 지 오래다. 벤처의 성공이 가장 최선이지만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그것은 치부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 이력에 보탬이 되는 더없이 소중한 경험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2001년부터 한국이스라엘산업연구개발재단(KORIL, 이하 한이재단)이라는 양국 조약에 근거한 법적 기관을 만들고 매년 양국 기업이 주도하는 공동연구과제에 대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기전자, 정보통신, 신소재, 바이오, 나노,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상용화 과제 111건의 공동연구과제를 발굴, 지원했으며 그 중 67개 과제가 완료돼 22개 과제가 사업화에 성공했다. 이러한 사업화 성공률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찾아보기 드문 높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2월말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수석과학관인 아비 하손(Avi Hasson)이 한이재단의 이사회를 주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스라엘과 한국은 공통점이 많은데 특히 양국 모두 R&D 투자가 굉장히 많다”며 “본격적인 FTA시대를 맞아 무역은 물론이고 R&D에서도 양국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공고한 관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회 후 개최된 기술포럼에서 혁신연구가 존 카오(John Kao)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세계혁신지도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번 한이재단의 이사회에서는 양국간의 공동연구과제를 검토, 승인했으며 향후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 연구과제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100% 증액했다. 또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국책연구소가 상용화 기업과 함께 공동연구를 주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국내 대학들도 기업과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양국의 공동연구프로그램에서 더 많은 상용화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