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은 사람을 시공간 제약에서 풀어줬다. 하지만 사람들이 도리어 가상 세계에 매몰되는 역작용을 낳기도 했다. 신의현 키위플 대표는 “가상 공간의 사람을 실존의 세계로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삼킨 빨간 알약을 주고 싶었다는 것일까. 신 대표는 자사 모바일 서비스 ‘오브제’를 현실과 가상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로 만들고자 한다.
‘오브제’는 ‘증강현실’이란 용어와 함께 등장했다. 국내에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무렵 오브제는 안드로이드폰의 통신사 선탑재 애플리케이션으로 ‘간택’됐다. 휴대폰 카메라에 비친 건물 정보가 화면에 나타나는 신기한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첨단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제격이었다.
하지만 증강 현실은 신 대표가 그린 서비스의 일부였다. 신 대표는 “증강 현실이라는 어려운 용어는 사용자의 필요를 채우기 적절치 않다”며 “오브제는 사용자가 주변에서 자신과의 연계성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오브제는 위치기반 소셜 서비스다. 하지만 길 찾기나 인근 식당 할인 소식 같은 ‘정보’에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매개물이 정보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위치 기반 서비스의 매개는 바로 ‘장소’라고 봤다.
트위터가 사람을 ‘팔로’한다면, 오브제는 장소를 ‘팔로’한다. 어떤 한 장소는 객관적 위치일 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사연과 느낌을 입히는 대상이기도 하다. 신 대표는 “오브제 서비스 내에서 아파트 주민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삶의 얘기를 나누고,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 회원은 카시오페아 별자리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눈다”며 “공통 장소를 중심으로 대화하고 관계를 쌓아나가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스키 시즌엔 특정 스키장을 중심으로 스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설질이 어떠냐?’ ‘사람 많은가요?’ 등의 대화와 정보를 나눌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대화가 오갈 수도 있다.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관심과 관점을 나누며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 신 표는 “다른 위치기반 서비스가 ‘아는 사람이 모르는 곳에 남긴 흔적’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오브제는 ‘모르는 사람이 아는 장소에 남긴 흔적’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한다. 장소를 매개로 관심사에 대한 광범위한 대화와 친구 관계가 가능하다.
당연히 특정 장소에 대한 대화와 댓글도 많은 편이다. 신 표는 “폭넓게 쌓이는 글과 사진 등에 대한 정량 분석과 감성 평가 분석 기술을 확보했다”며 “데이터마이닝으로 사람들의 진짜 생각과 느낌을 읽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1000만개 이상의 폰에 오브제 앱이 깔려 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다. 내달 예정된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법을 쉽게 하고 개별 사용자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글을 제거하는 등 관심장소 기반 SNS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