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4월부터 34개 직영 매장에서 중고 휴대폰을 판다. 물량이 확보되면 전국 일반 대리점으로 판매처를 넓힐 계획이다. KT도 3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와 대리점에서 중고 휴대폰을 팔기로 했다.
반가운 일이다. 이동통신사업자와 기존 계약(이용약정)을 유지한 채 휴대폰만 바꾸려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자끼리 ‘약정에 묶이지 않은 휴대폰’을 직접 거래하다가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았는데 사업자가 나섰으니 ‘믿고 사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이른바 ‘노예 계약’이라는 2년 이상 이용 약정에 묶여 정체했던 소비자의 휴대폰 구매행위도 촉진하지 않겠는가. 궁극적으로 중고·신형 휴대폰 수요를 포괄하는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가 신형 휴대폰을 사려면 최소 70만원(스마트폰 기준)을 들여야 하나 중고를 선택하면 15만원쯤에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살 수 있다. 당장 55만원이 절감된다. 매월 4만5800원씩 1년간 통신비를 아끼는 효과다. 1년간 서로 다른 제조업체의 중고 휴대폰을 4.6개나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가 회사별 제품 편의성을 체험한 뒤 약정에서 놓여날 무렵 큰돈 들여 최신형 휴대폰을 선택하는 선순환이 예상된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은 사업자에게도 이득이다. 통신망을 직접 포설하지 않고 서비스를 파는 가상사설망이동통신사업자(MVNO)도 함께 웃을 수 있다. 폐기할 휴대폰 수도 줄어들 테니 일거다득이다.
정책 당국은 이런 흐름을 5월에 시행할 ‘휴대폰 블랙리스트제도’에 제대로 연결해내야 한다. 가입자식별모듈(USIM) 하나를 여러 휴대폰에 끼워 쓰는 환경(블랙리스트제)의 밑바탕을 중고 휴대폰으로 다지라는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