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본격적으로 등장한 통신 결합상품이 요금 할인혜택을 무기로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시장을 정체 시키고 통신사 매출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KT,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결합상품을 이용하는 가구는 작년 6월 기준 총 1천26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1천994만 가구)의 51.4%에 달했다.
한 가구에서 2가지 결합상품에 각각 가입한 경우를 두 가구로 계산했기 때문에 실제 가구 수는 이보다 적을 수 있지만, 작년 6월 이후 올해 1월까지 추가로 가입한 가구와 케이블TV 사업자의 결합상품 가입 가구를 더하면 전체 결합상품 점유율은 실제로도 50%를 넘을 것으로 방통위는 보고 있다.
결합상품이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IPTV, 이동전화 등 통신 서비스를 묶어서 사용하는 상품으로, 지난 2007년 정부가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판매를 허용하면서 활성화됐고 요금 할인 혜택을 무기로 급성장했다.
통신사들은 `뭉치면 올레`, `TB끼리 온가족 무료`, `온국민은 yo` 등 할인 혜택이 큰 다양한 결합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고, 2008년 1월 202만 가구에 불과했던 결합상품 이용가구는 4년도 안 돼 5배 이상 늘었다.
결합 방식 중에서도 더 많은 상품을 묶는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작년 6월 기준 전체 결합상품 가입 가구 가운데 2종을 묶는 DPS(Double Play Service) 비율은 52.7%, 3종을 묶은 TPS(Triple Play Service)는 33.2%, 4종 QPS(Quadraple Play Service)는 9.8% 였다. 2008년 말에 DPS, TPS, QPS의 비율이 각각 74%, 25%, 1%였던 것과 비교하면 3년여만에 3종, 4종을 묶는 상품 비율이 크게 늘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DPS는 줄고 TPS와 QPS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작년 1∼6월 동안 결합으로 인한 통신비 할인액이 총 4천118억원인 것으로 추산했다. 2010년에는 1년간 총 5천821억원의 할인 효과가 발생했다.
그러나 통신사 입장에서는 결합 가입자와 규모가 커질수록 할인액이 커지고 매출이 줄어드는 `부메랑` 효과를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올해 결합상품으로 인한 초고속인터넷 수익 저하로 통신사들의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인지 요즘 통신사의 TV나 대리점에서는 결합상품을 알리는 광고·홍보물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KT는 이달 초 대리점에서 `뭉치면 올레` 가입을 받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KT는 "가족이 아닌 지인끼리 편법으로 결합하는 사례가 많아 정비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가입을 안 받았다가 중순부터 대리점 가입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은 이 결합상품을 약정 기간 가입자를 묶어두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최신 휴대전화 출시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상황에서 결합상품 이용자들은 약정에 발목이 잡혀 휴대전화 단말기 구입에 유리한 번호이동을 못 하게 되는 것을 마뜩찮게 여기고 있다.
특히 보통 초고속인터넷 약정은 3년, 이동전화 약정은 2년으로 주기가 서로 엇갈리기 때문에 가입자가 유연하게 결합상품을 관리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결합상품이 늘어날수록 가입자들의 이동이 적어지고 통신시장이 정체에 빠지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결합상품의 할인혜택 등 장점을 살리면서 약정기간 문제 등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