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는 총선, 대선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정치로 가득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는 인터넷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과거의 선거와 크게 다를 것이다.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허용됐고 인터넷 여론 조사와 모바일 투표가 도입되어 실시간 정치, 직접민주주의로 한 걸음 다가서게 될 것이다.
인터넷은 정보통신 수단을 넘어 이제는 정치를 주무르는 막강한 도구가 됐다. 인터넷을 발명하고 발전시킨 과학기술자들은 이를 예견하였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이제 인터넷의 영향이 지대해진 만큼 인터넷 정치, 인터넷 사회가 잘 굴러가도록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인터넷을 개선하고 보완해야 한다.
지금 인터넷은 정치를 감당하기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모든 시민의 의견이 고루 반영되는 ‘1인 1표’ 투표제도에 근거를 둔다. 선거과정에서도 공정한 토론과 홍보를 가정한다. 그러나 지금의 인터넷은 정보 활용에 능숙한 집단의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될 위험이 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블로그, 이메일, 문자메시지, 정치 애플리케이션(앱)이 범람할 것이고 이에 능숙한 디지털 시민과 그렇지 않은 아날로그 시민의 정치적인 의견 표시 기회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이런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묘안이 필요하다.
선거에서 시민 개개인의 정치적 의사 결정은 인터넷에 유통되는 각종 정보에 의존할 확률이 높다. 좋은 정보, 정확한 정보를 다양하고 신속하게 배포할수록 디지털 민주주의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따라서 조작된 정보, 틀린 정보, 과장된 정보를 신속히 발견하고 조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나 방대한 인터넷 정보를 검열할 수 없다. 정보의 실체가 밝혀진다 해도 실명이 아닌 경우 처벌하기도 어렵다. 클린 정치가 인터넷에서는 후퇴할 우려가 높다. 프라이버시와 공공 이익을 절충할 묘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터넷 정치는 자칫 진정한 토론과 정책 대결보다 포퓰리즘과 말잔치를 부추길 위험이 크다. 140자로 제한되는 ‘트윗’, 몇 줄에 그치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1~2분 남짓한 ‘유튜브’ 동영상으로는 정치 후보나 정당의 진정성과 공약을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정치는 토론이 없는 ‘패거리 정치’라는 오명을 갖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정당들은 정책 차이가 모호하며 이를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혹시 집권하거나 당선만 된다면 민주주의 제도나 과정도 왜곡할 수 있다고 여기는 후보들이 주변에 많지 않은지 살펴볼 때다. 인터넷이 이런 정치 악습을 뿌리 뽑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양희 서울대 교수(미래인터넷포럼 의장) yhchoi@snu.ac.kr